정치권, 지배구조법 손질 나서셀프연임 막고 CEO 지배력 축소대주주 부당한 영향력 행사도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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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뉴데일리DB
    정치권이 금융사 구조개혁을 위한 법제도 정비에 나선다. 수백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 사건이 벌어져도 은행은 수년간 파악조차 못했다거나, CEO 셀프 연임을 통한 장기 집권이 빈번해지는 그동안의 관례를 뜯어고치겠다는 취지다.

    3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양정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상품을 불완전판매하거나, 5000만원 이상 횡령사고를 내면 금융당국이 대표이사를 최대 6개월 직무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회사 책임자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를 마련 및 관리한 경우에는 조치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양 의원은 "현행법은 금융사가 임직원 불법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대표이사 등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국내 78개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327회, 170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한 시중은행에서는 직원이 8년간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빼돌린 횡령사건이 터져나오는 등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횡령사고 규모는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8배 가량 급증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은 대주주가 금융기관에 부당한 개입을 방지하는 내용을 한층 강화한 법안이다. 현행법에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대주주 개인의 이익을 취할 목적임이 명확히 밝혀야 하지만, 개정안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부당 영향력 행위만으로도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연기금이나 국가 재정이 투입된 '주인없는 회사'인 금융사에 정부의 입김이나 특정 기업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윤 의원은 "금융기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대주주의 사회적 책무도 중대하다"며 "금융기관의 건전성 및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권은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최고 경영자(CEO)가 교체 시기에 이른 만큼 특정 인사가 회사와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은행 등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이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서 만들어진 지배구조로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면 기업과 사회의 비용 및 수익을 일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사 CEO 선출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임원 선임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예컨대 대표이사가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선출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결격사유에 금융사 최대주주, 주요주주 법인 임직원을 추가하는 내용이 거론된다.

    다만 정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지나친 개입함으로써 관치가 심해지고, 낙하산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계속 논의돼 왔던 것"이라며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투명한 경영이 가능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