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동일인 판단기준 지침' 내달 20일까지 행정예고최다출자자·최고직위자·지배적 영향력 행사자 등 5개 기준공정위 "종합 판단해 지정"… 이의제기·30일내 고지의무 신설
  •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적으로 판단하던 동일인(총수) 지정에 대한 지침이 명문화된다. 앞으로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 지정이 이뤄지면서 불편한 잡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29일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마련해 다음 달 20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동일인은 대기업집단 제도가 도입된 1986년부터 사용된 용어로 해당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뜻한다. 보통 기업집단의 총수가 동일인으로 지정된다. 동일인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과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동일인의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 특수관계인의 주식소유 현황 등을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제도 초기에는 동일인 지정에 대한 논란이 적었지만, 경영권 승계, 다양한 지배구조 기업집단 출현, 기관투자자 경영참여 확대 등 다양한 이슈가 발생하며 공정위가 명문화된 규정없이 동일인을 지정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올해 지정된 82개 공시대상 기업집단 중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는 72개, 회사인 경우는 9개, 비영리법인인 경우는 1개다. 

    이번 제정안의 핵심은 동일인 지정 기준 5개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기업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한 것이다. 동일인 판단 기준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이다.

    공정위는 5개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기준에 부합하는 자연인이 있을 경우에는 그 사람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준에 맞는 자연인이 없을 경우에는 기업집단의 국내 최상단회사 또는 비영리법인이 동일인이 될 수 있다. 다만 5개 기준 중 몇 개를 충족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5개 기준 모두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이 공정위 입장이다.

    첫 번째 기준인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를 판단할 때는 최다출자자가 자연인이 아닌 계열회사 또는 기관투자자일 경우 최상단회사에 대한 직접 지분 이외에 국내외 계열회사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간접 지분도 합산해 자연인 중 최다출자자가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준은 기본적으로 회장,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등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다만 부회장 등 최고직위가 아니더라도, 기업집단 내 보다 상위 직위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부회장이던 시절 사례에 해당한다.

    '기업집단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 행사' 기준의 경우 대표이사 등 임원의 임면, 조직 변경, 신규 사업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마련한 5개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은 최다출자자, 최고직위자, 경영 지배력 행사,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등 4개 기준을 충족한다. 한진의 경우 조원태 회장이 최고직위자, 경영 지배력 행사, 대표자로 인식되는 자 등 3개 기준을 충족한다. LS의 구자은 회장은 5개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

    ◇'동일인 변경' 기준 마련… 기업 이의제기 절차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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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일인이 사망한 경우에는 동일인을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 만약 의식불명 등 일신상의 사유, 상당한 지분의 매각, 의결권 행사의 포괄 위임, 재직 중이던 주요 직위 사임 등 동일인이 더는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도 동일인을 변경하도록 했다.

    동일인 변경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는 다음 기업집단 지정 시에 동일인을 변경한다. 다만 기업집단 지정이 임박했을 때 동일인 사망 등 변경 사유가 발생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면 그 다음 번 기업집단 지정 시까지 현재 동일인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6년간 동일인의 사망, 의식불명, 한정후견인 결정, 의결권 포괄 위임 등의 사유로 동일인이 변경된 기업집단은 롯데, 삼성, OCI, LG, 한진, 두산, 한솔, 현대자동차, 효성 LS, 넥슨 DL 등 12개다.

    이번 제정안에는 동일인 확인이나 변경 과정에서 기업이 공정위와의 협의 절차를 마련해 결론을 도출하되, 만약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기업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의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이를 반영해야 하며,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기업이 의견을 제출한 날로부터 30일 이내 이에 대한 사유를 고지해야 한다.

    한편 논란이 일었던 미국 국적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는 미국과의 통상 문제 때문에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쿠팡의 경우 통상 마찰 이슈 때문에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못했다"며 "합리적인 방안을 잘 모색해서 (동일인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