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만의 가계대출 잔액 3조427억원 증가2021년 10월 이후 최대 기록…주담대도 2.6兆↑美연준 비둘기파 인사 "금리 인하, 당분간 없다“고금리 장기화 속 대출 늘며 금융위기 우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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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채 금리가 5%대를 돌파하며 국내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7321억원으로 9월 말(682조3294억원)보다 3조427억원 더 늘었다. 이달 들어 약 20일 만의 증가 규모는 2021년 10월(3조4380억원) 이후 2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2조6814억원(517조8588억원→520조5402억원) 불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이달에는 8871억원 반등했다. 이 추세대로 10월 전체 신용대출이 9월보다 늘어난다면, 2021년 11월(359억원)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첫 증가 기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긴축정책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서 대출이 가파르게 늘며 국내 경제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는 미국 국채 금리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짙은데,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의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주담대 등 대출금리가 오르는 결과를 낳게 된다.

    실제 불과 한 달 전까지 3%대였던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하단은 4%대로 일제히 올라섰고, 상단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어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등까지 7%대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 상단 7%대인 주담대 금리가 8%를 넘는 것도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240~6.725%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 달 전 9월 22일(연 3.900~6.490%)과 비교해 하단이 0.340%p 뛰면서 4%대로 올라섰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연 4.620~6.620%)도 한 달 만에 상·하단이 모두 0.060%p씩 올랐다.

    같은 기간 두 금리가 주로 지표로 삼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 0.270%p(4.471→4.741%), 0.060%p(4.048→4.108%) 상승한 영향이 컸다.

    은행채 등 시장 금리는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 영향으로 꾸준히 올랐고,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5%를 넘어서면서 상승세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550~7.143%) 역시 상단과 하단이 각 0.280%p, 0.044%p 높아졌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상승분이 뒤늦게 반영되면서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가 석 달 만에 0.160%p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 인상에 기름을 부은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 이어 연준 구성원 중 대표적인 통화정책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래피얼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내년 중반까지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으며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있다.

    보스틱 총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실제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결과물을 얻었다고 예상하기 시작한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지금 물가상승률이 3.7%이고 우리 목표는 2%라는 점을 나는 사람들에게 강조한다"며 "둘은 같지 않고,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까워져야 한다. 나는 연준이 내년 중반 이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비춰볼 때 주담대를 비롯한 시중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담대의 경우 상단이 7%를 넘어 8%대까지 진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 국채금리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채권 시장에선 은행채 발행이 더욱 늘고 수신상품 금리도 오르고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발행통계를 보면 이달 19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이 14조7000억원, 상환액 9조1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 순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발행액(4조 68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은행채 공급 증가에 따른 발행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지난 19일 KB국민은행이 발행한 15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무보증사채(AAA)의 가산금리는 45bp로 8월 초 대비 28bp 급등했다. 같은 날 발행한 신한은행의 1200억원 규모 1년 만기 변동금리부 사채(AAA)의 가산금리도 45bp로 국민은행과 동일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금융권에서 대거 판매한 100조원 규모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부담이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달까지 연 3.6~3.7%였던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9일 기준 연 4~4.05%로 올랐다.

    한편,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직후 연 5.001%를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이른바 '뉴 노멀'이 될 것이란 시장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채권 금리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추세를 밑도는 성장세와 노동시장 과열 완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