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소기업 연체율 동반 상승영리법인기업 91만곳 부채비율 122.3%차입금 의존도 31.3%… 2015년 이후 최대"불확실성 지속… 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
-
계속되는 고금리 여파에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줄줄이 상승했다. 경기침체가 깊어지며 빚으로 버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중저신용자들은 기댈 곳이 좁아지고 있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에 따르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43%로 한달 새 0.04%p 상승했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0.19%p 급증한 수치다.8월 한달간 발생한 신규 연체액은 2조2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2000억원 늘어 올들어 가장 많았다. 연체채권 정리규모는 1조4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가했다. 신규연체율도 7월보다 0.01%p 오른 0.10%를 기록했다.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한달 새 0.06%p 올라 상승세가 가팔랐다. 대기업대출 연체율은 0.01%p 상승한 0.13%였고,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06%p 상승한 0.49%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 중소법인 연체율은 0.08%p 오른 0.59%로 가장 상승폭이 컸다.가계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달 대비 0.02%p 상승했다.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01%p 올라 0.24%를 기록했다. 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의 연체율은 0.76%p 한달 새 0.05%p 뛰어올랐다.
-
기업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7년 만에 최고두드러지는 기업 연체율은 경기침체에 따른 영업손실과 빚으로 연명하는 곳이 늘어난 탓이다.한국은행이 이날 공개한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만206개의 부채비율은 122.3%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도 31.3%로 역시 최고치다.차입금에 기대는 비중은 중소기업에서 더욱 높았는데 지난해 중소기업 차입금 의존도는 42.1%로 통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기업 차입금 의존도는 25%로 나타났다.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며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좋은 기업은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중저신용자에 문턱 높이는 은행가계와 기업을 가리지 않는 대출 연체가 이어지자 은행은 대출 문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특히 연체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저신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3분기 취급한 저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 취급액은 22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2분기 취급액 27억3000만원에서 대폭 축소됐다. 연체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심사를 깐깐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오르면 훨씬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며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서민 대출 목표 공급액이 있지만, 100%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사 건전성 지표는 아직 양호한 편이나 은행의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향후 추가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손실흡능력 확충을 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제고하면서도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정리로 건전성을 관리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