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고문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추진3년 전 ‘형제의 난’ 되풀이, 승산은 낮아사모펀드 개입, 한국타이어에 악영향 우려
  • ▲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 고문 ⓒ한국타이어
    ▲ 왼쪽부터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 고문 ⓒ한국타이어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그룹)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조현범 회장의 형인 조현식 고문이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3년여전 일단락됐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 매수한다는 내용을 공시했다.

    이는 한국앤컴퍼니 과반 주식을 보유해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함이다.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는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오너를 몰아내고 ‘경영 정상화’를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배경에는 3년여 전 조양래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차남 조현범 회장에 승계한 데 있다. 조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게 시간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다.

    당시 조 회장은 2019년 11월 비리혐의로 구속된 뒤 2020년 보석으로 풀려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지분 19.31%에 아버지에게 받은 23.59%가 더해져 총 지분율 42.9%로 최대 주주에 올랐다.

    이에 조 고문과 조 이사장은 크게 반발했고, 곧바로 조 이사장은 조양래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조 명예회장이 지분 전량을 조현범 회장에 넘기는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조 고문은 2021년 주주총회에서 조현범 회장과 대결했지만, 경영권을 가져오는데는 실패했다. 이후 조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심판 청구도 기각됐으며, 조 고문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된 걸로 여겨졌다.

    하지만 조 회장이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3년 3개월여만에 다시 구속되면서 오너리스크가 불거지자 조 고문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조 고문은 한국앤컴퍼니 지분율 18.93%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매수를 통해 최대 27.32% 지분을 사들인다는 목표다. 여기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 차녀 조희원씨(10.61%) 등을 우군으로 확보해 한국앤컴퍼니의 과반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는 조현범 회장으로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측이 지분을 8%가량만 확보해도 50%를 넘기 때문에 조 고문의 공개매수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조 고문 측이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에 따라 경영권 분쟁 성패가 갈릴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조 고문은 공개 지분매수를 위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만큼 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표면상으로는 경영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시세차익’이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개매수 타진이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도덕성 논란을 빚는 조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분이 부족하더라도 내년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조 회장에 등을 돌리면 의결권 행사에 따른 표 대결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고문을 비롯한 형제들이 사모펀드를 등에 업고 공개지분 매수에 나서게 된 건 경영권 획득보다는 ‘내가 가지지 못할거라면 같이 죽자’는 식으로 해석된다”며 “경영권 분쟁은 한국타이어의 경영 정상화와 향후 발전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