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현지 사업 점검·네트워킹 강화젊은 MZ오너家 경영수업 본격화… ‘신사업 발굴’ 특명“올해 경영여건 갈수록 악화… 변화의 기틀 다진 해”
  • ▲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5대그룹 총수들.ⓒ연합뉴스
    ▲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5대그룹 총수들.ⓒ연합뉴스
    올해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동분서주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한 가운데 글로벌 불확실성 대응, 엑스포 유치 등을 이유로 해외 곳곳을 종횡무진 누볐다. 또한 국내외 경기둔화, 리스크 확대 등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과 쇄신의 토대를 다졌다. 
  • ◆ 총수들 ‘한 달에 한번 꼴’로 해외… 코로나19 기간 끊겼던 네트워킹 복원

    올해 들어 재계 총수들의 해외행보는 크게 강화됐다. 코로나19로 멈췄던 글로벌 경영시계를 다시 돌리고, 네트워킹을 강화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는 등 불확실성 요인이 대거 심화하며 대외경제 여건이 악화됐다. 동시에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이 확산되며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부품 공급망 경쟁도 심화됐다. 국내 기업에 미치는 국제 통상 이슈가 중요해지며 총수들은 바쁘게 해외현장을 누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1월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을 시작으로 같은 달 스위스, 3월 일본, 4월 미국, 6월 베트남, 7월 폴란드, 10월 중동 등 대략 한 달에 한 번꼴은 해외 방문에 나섰다. 이를 통해 각종 산업 분야 협력을 확대했고 국가간 투자 교류 등을 통해 코로나19 기간 멈춰있던 민간 경제 외교의 물꼬를 텄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3월 일본, 4월 미국, 6월 베트남, 9월 일본·베트남, 11월 유럽 등을 방문해 롯데의 글로벌 사업장 방문 및 점검에 나선 바 있다. 특히 일본과 베트남은 두 번 이상씩 방문하며 롯데의 주요 글로벌 거점임을 확실시했다. 또한 주요 사업장 방문시 신유열 전무(당시 상무)를 동행시키며 롯데그룹 3세 경영을 공식화하는 등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1월 스위스를 시작으로 9월 폴란드와 싱가포르, 10월 중동 등을 누비며 직접 세일즈 외교를 펼치기도 했다. 그는 폴란드 방산 전시회(MSPO)에 참석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잠수함 세일즈에 나섰고, 가스텍2023에선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게 한화 계열사의 친환경 에너지 및 디지털 기술을 강조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 ▲ (순서대로)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LS그룹 3세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대표(부사장).ⓒ각사
    ▲ (순서대로)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LS그룹 3세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비전경영총괄 대표(부사장).ⓒ각사
    ◆ 롯데·한화·코오롱 등 MZ오너 대거 승진… 세대교체 가속화

    올해 재계를 관통하는 또다른 주요 키워드는 ‘세대교체’였다. 내년에도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젊은 감각의 오너 3·4세들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 급변하는 상황 속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추세로도 해석된다. 이들 젊은 오너들은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신사업 개발 임무를 맡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롯데그룹은 최근 정기 인사를 통해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겸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으로 이동시켰다. 일본 롯데에서 근무해 온 신 전무로서는 한국에서의 첫 보직이다. 신 회장이 30대 중반의 나이에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 상무로 취임하면서 한국 롯데에서 후계자로서 입지를 강화한 것에 비춰보면 경영 승계가 본격화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지난달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 체제’를 확고히했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8월 승진했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이보다 이른 올해 2월 이미 승진을 마쳤다. 

    코오롱그룹은 정기 인사를 통해 통해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을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GS건설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HD현대그룹에서도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힘이 더 실렸다.

    이외에도 구동휘 LS MnM(옛 LS니꼬동제련) 최고운영책임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대현 부회장, 한솔그룹 오너가 3세인 조성민 한솔홀딩스 사원지업팀장(부사장) 등이 최근 진행된 인사로 경영 전면에 서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올 한해는 불확실성 요인들이 심화하면서 국내외 경영 여건이 갈수록 악화한 해”였다면서 “이 같은 파고를 넘기 위해 총수들은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등 변화의 기틀을 다진 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