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한경협·경총·무협·중기중앙회·중견련 등 신년사1%대 저성장 전망·대외 악재 산적 등 ‘경제 우려’ 곳곳난국 타개 위해 기업·정부·정치권 ‘원팀’… 규제개혁 등 절실
  • ▲ 사진 왼쪽 상단에서부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아래 왼쪽에서부터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각단체
    ▲ 사진 왼쪽 상단에서부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아래 왼쪽에서부터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각단체
    ▲교룡득수(蛟龍得水·영웅이 때를 만나 의지할 곳을 얻는다는 뜻) ▲심상사성(心想事成·간절하게 바라면 이루어진다) ▲운외창천(雲外蒼天·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른 하늘이 나타난다)

    경제계가 2024년 새해를 맞아 내놓은 신년사에서 강조한 사자성어들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6대 경제단체의 2024년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 고착화,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 ‘복합위기’가 심화하며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고 있어서다.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 등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2년 연속 2%를 밑도는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저성장, 미국·중국의 갈등을 비롯한 자국 중심의 정책과 높은 무역 장벽 등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유수의 싱크탱크들은 내년 세계 경제가 엘(L)자형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한민국 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 전망되는 이유다.

    경제단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파도를 넘어서야한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전했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시절이 없었듯이 이번에도 반드시 넘어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특히 이를 위해선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정치권 등 모두가 ‘하나’가 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더욱 자유로운 기업의 투자·활동 보장, 경직된 노동환경 개선 등을 주문했다. 경제를 지탱하는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게는 ‘도전’, ‘혁신’, ‘함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에서 “새해 경제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선의 폭이 결정된다”며 “기업과 기업 사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 민간과 정부 사이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2023년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했지만 2024년은 ‘뭉쳐야 산다’는 의지로 어려움을 잘 이겨내야 한다”며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혁신과 진일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BHAG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크고(Big) 대담하며(Hairy), 도전적인(Audacious) 목표(Goal)’를 세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수십 년 전,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가 지금의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꽃을 피워 냈듯이 20~30년 후의 대한민국을 내다보고 ‘미래 산업의 씨앗’을 지금부터 뿌려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새해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에 맞서 한국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또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 “경제계는 적극적인 고용과 첨단·핵심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경쟁력을 높이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도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노동 개혁과 기업의 활력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새해에는 노사 법치주의가 보다 확고하게 자리 잡고 불합리한 노사 관행과 제도를 선진화하는 노동 개혁이 강도 높게 추진되길 기대한다”며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아울러 “신산업 육성과 첨단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을 철폐하고 기업의 경영활동을 폭넓게 인정해 주되 그에 따른 책임은 사후에 묻는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상속세·법인세 등 조세제도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글로벌 공급망의 빠른 변화, 새로운 통상 이슈 부각 등 구조적 전환기를 기회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구 회장은 “우리 무역 업계는 구조적 전환기를 새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회로 삼고 더욱 철저히 대비해 나가야 한다”며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대응해 무역 구조 혁신과 회원사 경쟁력 제고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이 활력을 되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 근무제의 개선을 언급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내년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 개혁을 통한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를 꼽으며 “고용노동 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국회를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근로자의 삶을 오히려 위축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무제, 노란봉투법에 관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상속·증여세를 과감하게 완화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원활히 성장하고 협력하는 선진국형 상생 파트너십의 기반을 다지는 과제도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어 “상시법으로 전환된 중견기업특별법을 내실화하고 킬러규제를 포함해 중견기업의 애로를 가중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경제 6단체장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 등은 다음 달 2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경제계 신년 인사회를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2024년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