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종근당, 단일 신약 기술수출 1, 2위'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출범, 신약 개발 마중물 기대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정부 정책 뒷받침되면 성과 계속"
  •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K-바이오에서 찾고 있다. 마땅히 거액의 기술료를 제시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쟁력과 잠재력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조 단위 규모의 계약을 맺은 기업만 4곳에 이른다. 어느 때보다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전성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가 2023년 끄트머리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소식을 알리며 K-바이오의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신약 개발 자회사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티브 메디슨(옛 얀센 바이오텍)에 항체약물접합체(ADC) 기반 신약 후보물질 'LCB84'을 최대 17억달러2250만달러(2조2458억원)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항암제를 개발 중인데 2015년 중국 포순제약에 ADC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쳐 ADC 플랫폼과 ADC 기반 신약 후보물질을 누적 8조659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레고켐바이오의 역대급 기술수출 계약을 포함해 올 들어 계약규모가 공개된 기술수출 계약의 총액 규모는 61억달러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단일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 역대 1, 2위 기록이 올 한해에만 쏟아지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훈풍을 예고했다.

    레고켐바이오를 포함해 3개 기업이 조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대웅제약까지 더하면 4개 기업이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종근당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그간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에 샤르코 마이투스병(CMT) 신약 후보물질 'CKD-510'을 최대 13억500만달러(1조7302억원)에 기술수출했다. 레고켐바이오에 이어 단일 신약 후보물질 기준 역대 2위 기술수출 성과다. 

    종근당은 앞서 2018년 4월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CKD-11101'을 일본 제약사 비아트리스에 기술수출한 것이 유일한 기술수출 성과였지만 지난 6월 당뇨치료제 '듀비에'(성분 로베글리타존)를 미국 바이오텍 아클립스에 기술수출한 것을 포함해 올해에만 두 차례 기술수출 계약 체결 낭보를 전했다.

    지난 3월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 'BDDS'를 글로벌 제약사에 최대 8억6100만달러(1조1050억원)에 기술수출하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리보핵산)를 기반으로 퇴행성 뇌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이다.

    대웅제약은 세 차례에 걸쳐 총액 8억9736만달러(1조1621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성과를 올렸다. 올 1월 영국 바이오텍 씨에스파마슈티컬스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베르시포로신'(DWN12088)을 3억3600만달러(413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2월에는 중남미 제약사 목샤8에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성분 이나보글리플로진)를 8436만달러(1100억원)에, 4월에는 미국 생명공학 투자 회사 애디텀바이오(Aditum Bio)의 포트폴리오 회사 비탈리바이오에 경구(먹는) 제형의 자가면역질환 신약 후보물질 'DWP213388'을 4억7700만달러(6391억원)에 각각 기술수출했다.

    연이은 대형 기술수출 계약 성과는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여기에 정부는 최근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보고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2일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 역할로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도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혁신 신약 2건 창출 등의 목표를 세우며 신약 개발과 관련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무리 경기가 어렵더라도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은 좋은 성과를 낸다는 점에서 (레고켐바이오가의 역대급 기술수출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건강한 펀더멘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외부환경과 정부 정책만 뒷받침된다면 내년에도 이 같은 성과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