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애플페이 효과로 유일한 증익…신용판매 '2위'업계 유일 '0%대 연체율'…호실적에 건전성까지 유지'연착륙' 日 시장, IT 솔루션 앞세워 글로벌 공략 박차
  •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카드
    ▲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현대카드
    "위기는 기회라는 점에서 올해 현대카드 앞에는 회사가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골든 윈도우'(황금문)가 열려 있습니다. 위기에 맞서 침착하고 정밀하게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위기 앞에서 웅크리기보다는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연착륙한 일본 시장을 필두로 한 신시장 개척과 10년 만에 '흥행카드'를 부활시키면서 외형 확장을 통한 '골드러시'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페이 효과…실적-내실 두 마리 토끼 잡아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현대카드는 국내 최초로 애플페이 도입을 발표하며 금융테크 기업 이미지를 확고히 다졌다. 애플페이 가맹점 수가 늘어나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별 맞춤형 쿠폰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 출시 2년 만에 90만명 가까운 이용자를 모은 것도 화제가 됐다.

    애플페이 흥행은 업계 순위 판도 변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4월에 이어 하반기(9~11월)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 기준 2위에 올라선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용판매 취급액은 국내외에서 개인이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한 일시불·할부 결제 금액을 집계한 것이다. 통상 전업 카드사 시장점유율(MS) 측정 기준으로 쓰인다. 특히 2023년 10월 기준 현대카드 신용판매 취급액은 11조원으로 1위 신한카드(12조원)와 격차도 확 줄였다.

    내실도 다졌다. 2023년 들어 대부분 카드사가 역성장하는 가운데 현대카드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022년보다 9% 늘어난 225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체율은 업계 최저 수준인 0.63%(30일 이상,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를 기록하는 등 어려운 업황에서도 순이익과 건전성 모두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연착륙' 일본 등 해외시장, IT 앞세워 공략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현대카드는 올해도 고삐를 바짝 쥘 방침이다.

    현대카드는 비자(VISA)와 손잡고 해외시장을 겨냥한 데이터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가 쌓아온 데이터 자산과 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해외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데이터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었다.

    특히 지난해 글로벌 신용평가 등급 상향을 계기로 데이터시스템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현대카드 신용등급을 'BBB(긍정적)'로 11년 만에 상향했다.

    또한 일본 신평사 JCR이 현대카드에 신용등급 'A+'를 부여하면서 일본 시장 진출로가 열렸다. 국내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 신용등급을 보유한 카드사가 된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저금리 금융 환경인 일본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행보를 펼쳐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 현대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 현대카드. 사진=정상윤 기자
    그간 여신금융업계에서는 해외 진출 사례가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만큼 업계에서는 높은 신용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비자, 마스터 등 해외 브랜드가 이미 글로벌 망을 깔아뒀고, 그 망을 기반으로 각국 현지 대기업과 여신전문 금융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외는 끼어들 틈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현대카드의 경우 카드사들의 기존 글로벌 공략과 상반되는 전략을 앞세웠다. 국내 카드사 대다수는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반면 현대카드는 AI와 빅데이터 등 데이터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해외법인 설립시 감당해야 하는 초기 투자비용, 현지 당국 제재 등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도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IT/테크사업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자체 IT시스템인 'H-ALIS(Hyundai Advanced Library Card Information System)'를 일본 신용카드 시장에 수출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일본의 종합결제 서비스 업체 'GMO페이먼트게이트웨이(PG)' 등과 'H-ALIS'를 일본 내 신용카드 사업자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H-ALIS는 20여년간 쌓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카드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은 물론 대규모 매입, 매출, 입출금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만든 현대카드 고유 시스템이다.

    현대카드 측은 "이미 국내에서 AI와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마케팅이 기존 마케터가 추천할 때보다 6배 높은 효율을 내면서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이용액을 기록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표 '알짜카드' 10여년 만에 부활…국내 대중형 카드 확산
    동시에 국내에서는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M, X카드를 10여년 만에 부활시켰다. M과 X는 현대카드의 간판 상품이다. M은 0.5~3.0%를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X는 0.5~1.0% 할인해 주는 카드다.

    2003년 출시한 M은 대중형 카드로, 20년간 누적 회원 896만명, 발급 수 3185만장을 기록했다. 사용하고 적립 받는 M포인트와 함께 현대카드 브랜드 구축에 크게 이바지했다. M과 X가 2013년, 2016년에 각각 발급 중단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8년 만에 소비자 품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M과 X의 부활로 PLCC에 집중했던 현대카드의 영업전략도 바뀔 공산이 크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PLCC와 함께 대중형 카드에 다시 힘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 후 관심도가 점차 줄어드는 PLCC의 단점을 M, X카드가 메우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