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부진 예상… 유가하락 등 업황 둔화 영향경영환경 악화에 위기의식 커진 듯… 광폭 현장행보바이오·수소·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비정유 확대GS家 4세 무한경쟁 돌입… “신사업 성과 절실할 듯”
  • ▲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GS칼텍스
    ▲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GS칼텍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연초부터 활발한 현장행보에 나서고 있다. 급변하는 대외환경으로 실적 부진이 점쳐지면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GS가(家) 오너일가 4세 중 현재 총수인 허태수 GS 회장의 다음 바통을 물려받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어 신사업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허세홍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한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약세로 정유업황이 부진한 데 따른 영향이다. 실제 앞서 실적발표를 마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0% 이상 줄어들었다.

    허세홍 사장은 지난 2019년 대표이사로 취임, GS칼텍스를 이끌어오고 있다. 2022년부터는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안팎으로 책임경영을 실현 중이다. 그의 취임 이래 회사는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2019년 33조2615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58조5320억원으로 76% 증가했고,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8797억원에서 3조9790억원으로 4.5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2022년에는 석유제품 가격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표이사 취임 전, 2007년부터 약 10년 가까이 GS칼텍스에서 일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실적 개선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는 2007년 싱가포르법인으로 입사해 법인장을 거친 후 2011년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전무), 2013년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 2014년 석유화학·윤활유사업본부장(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2017년 GS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약 2년을 제외하면 경력의 대부분을 GS칼텍스에서 쌓은 셈이다. 

    다만 회사의 역성장이 점쳐지면서 신사업 육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그는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초 이례적으로 현장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2일 여수공장에 열린 시무식에 참석한 이후 현장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눈 것. GS칼텍스가 여수공장에서 시무식을 진행한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는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친환경 규제 사전대응, 인접영역 신사업 성장을 화두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허 사장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쉘, 셰브론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 관계자들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에 관한 간담회도 진행했다. 기존 방식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판단,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취임 이래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을 넘어 화이트 바이오, 청정수소,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등 비정유 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유사업에 의존할 경우 정제마진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작물, 폐식용유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속가능한항공유(SAF)가 대표적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MOU를 맺고 SAF에 대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는 인도네시아에 폐유를 활용한 SAF 플랜트 설립을 고려 중이다. 최근 SAF 생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GS칼텍스의 SAF 개발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의 적극적 신사업 육성 행보는 GS가(家) 4세 승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는 GS家 4세 중 맏이로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장남이다. 4세 가운데 최연장자(1969년생)인데다 비슷한 나이의 오너일가들과 비교할 경우 승진이 늦어 유력한 차기 총수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유임됐다. 반면 허윤홍 당시 GS건설 미래혁신대표는 최고경영자로 선임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주회사 GS지분율만 놓고보면 유의미한 차이는 없어 경영 능력으로 차기 총수의 역량을 입증해야한다. 개인이 보유한 지주회사 GS 지분율은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2.85%,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2.37%, 허서홍 GS 부사장 2.1%, 허윤홍 GS건설 사장 0.53% 등 순이다.

    재계 관계자는 “GS그룹은 총수 선발시 정해진 승계 원칙이 아닌 경영능력과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4세들의 후계구도가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한 만큼 허세홍 사장 또한 올해 신사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