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저축성보험 증가 후폭풍에 보험손익 또다시 손실과거 역마진 경험에도 재차 늘리며 '단기 실적 늘리기' 건전성 우려도 지속…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후순위채 발행도 요원
  • ▲ 푸본현대생명. 사진=권창회 기자
    ▲ 푸본현대생명. 사진=권창회 기자
    푸본현대생명의 보험 손익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절판 마케팅'으로 팔았던 5%대 고금리 저축성보험의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건전성마저 저하되면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오는 9월 임기만료를 앞둔 이재원 대표이사 사장의 재신임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분석을 보면 푸본현대생명의 지난해 3분기 누계 기준 저축성보험 신계약 규모는 모두 1조421억원으로, 전년동기 8280억원에 비해 25.8% 늘어났다. 3분기 누계 기준 2020년 1조882억원에서 2021년(1조479억원)과 2022년 2년 연속 줄어들다 재차 증가한 것이다.

    저축성보험은 역마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하이 리스크' 상품으로 여겨진다. 단기간 보험료 수입을 늘리기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등 수익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 없다. 푸본현대생명은 이미 앞선 경험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겪었었다. 

    푸본현대생명의 전신인 현대라이프는 출범 당시 저축성보험 판매를 지양했다. 그러나 대형보험사와의 영업경쟁에서 밀리자 저축성보험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에 나섰다. 그 결과 우려했던 역마진 상황이 벌어졌다. 2016년 말 1조226억원을 기록했던 보험손익은 2017년 870억원, 2018년 -18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적자탈출을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8년 초 전 직원 중 3분의 1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으며 점포를 75개에서 10여개로 통폐합했다. 저축성보험의 급격한 판매가 당시 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이 같은 경험에도 단기 실적에 급급해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보험손익은 3분기 누계 기준 2022년 -4066억원, 2023년 -121억원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해약환급금 규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명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이 보험을 해지할 것을 고려해 해약환급금을 쌓아둔다. 최근 고금리 환경이 지속하면서 저축성보험을 해지해 다른 자산군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어났고, 경기 침체에 따른 생계형 해지도 증가했다.

    3분기 누계 기준 해약환급금 규모는 2023년 8218억원으로 2021년 5331억원에 비해 54.1% 늘어났다. 특히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 비중은 2021년 87.1%에서 2022년 94.7%, 2023년 90.3% 등으로 2년 연속 90%를 웃돌았다.

    게다가 푸본현대생명은 퇴직연금 위주의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생보사다.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나, 중대형사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채널 효율성을 고려하면 중단기적으로 보험 포트폴리오의 가시적인 질적 개선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보험손익률은 업권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으며 보험계약의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는 CSM(보험계약마진) 규모 역시 경쟁사에 비해 낮기 때문에 보험이익창출력이 저조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SM의 경우 장기간 이익으로 전환하면서 보험사의 이익 기반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푸본현대생명의 전반적인 보험이익창출력 개선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저축성보험으로 인한 손실이 반복되는 것 역시 단기성과에 맞춘 포트폴리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 ⓒ푸본현대생명
    ▲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 ⓒ푸본현대생명
    ◇건전성 우려 여전… 만기 앞둔 이 대표, 재신임에도 '불똥' 튀나

    또 다른 문제는 건전성이다. 경과 조치 적용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에 불과하다. 경과조치 적용 후는 163%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 150%를 넘지만, 생보업계 평균(경과조치 전 195%, 후 223%)과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푸본현대생명의 경우 부채만기가 자산만기보다 더 긴 구조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 시 불리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가용자본이 급감하면서 재무건전성이 크게 낮아졌다.

    또한 보험 포트폴리오가 경쟁사보다 퇴직연금이나 저축성보험 등 만기가 짧은 상품에 집중된 점도 새 회계제도 아래에서 불리하다. 새 제도에서는 이들 상품이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처럼 퇴직연금 비중이 높으면 부채만기가 짧고 만기가 돌아와 돌려줘야 하는 유동성의 필요 규모가 그만큼 큰 셈"이라며 "금리가 올라가면 자산의 감소폭이 부채 감소폭보다 커진다. 자본여력이 악화하다 보니 결국 금리민감도도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이 같은 건전성 우려 때문에 지난해에만 7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꾸준한 자본 확충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 신종자본증권(600억원) 발행을 시작으로 세 차례 후순위채를 찍었다. 같은 해 8월에는 지주사 격인 대만 푸본생명으로부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925억원을 수혈받기도 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올해도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추가 자본 확충에 나설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초 발행을 목표로 5년 조기상환 옵션이 부여된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침체한 시장 분위기 등으로 연기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후순위채 발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급전망 하향 조치는 중기적으로 강등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신용등급을 즉각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내 실적 개선 등이 없으면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사전 경고다.

    송기종 나이스신평 실장은 "전반적인 보험이익창출력 개선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 고원가성 보험계약 증가 및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수익성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점, 모그룹의 재무적 지원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됐으나, 규제 대응 수준이 미흡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9월 만기를 앞둔 이재원 대표의 재신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손실을 수습한 이 대표가 실적 개선에 급급해 다시 잘못을 반복했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이 대표는 2017년 현대라이프 대표로 취임한 이후 그해 9월 대규모 지점 폐쇄, 설계사 수당 삭감, 법인보험대리점 채널 및 방카슈랑스 운영 중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비 절감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2021년 3연임 당시에도 지적된 해묵은 과제"라며 "손쉽게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고 단기간 보험료 수입을 늘리기 좋다는 점에서 저축성보험을 늘린 것이, 실적 개선에 급급해 과거 문제를 되풀이했다는 평가로 이어지며 4번째 재신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