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활성화→ 간소화→ 성분명 처방 확장 의료대란 장기화 국면 속 직역갈등 양상 심화 醫, 의대증원보다 격렬한 반대 예상… 처방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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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 장기화 국면 속 비대면진료 전폭 허용, PA(진료보조) 간호사 법제화 등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그간 잠잠했던 약사들도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대체조제 품목' 확보령을 내렸다.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에 명시된 품목 외 약사의 판단 아래 동일성분 약제로 교체하는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토대로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 처방'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약사사회의 숙원과제였고 현 정부의 의료개혁의 의지와 함께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11일 일선 약국가에 따르면 서울시약사회는 최근 소속 회원들에게 '동일성분조제(대체조제) 적극 권장' 지침을 문자 메시지로 전달했다. 

    '정부와 여당이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약국가에서 다빈도 처방이 되는 성분 중심으로 의약품을 확보한 후 적극적 행동에 임하라고 권장했다. 

    동일성분 의약품의 최소 구비 권장 사항은 ▲가까운 병의원 처방약 ▲인지도가 높은 회사 처방약 ▲약국 소재지의 종합병원 처방약 등을 참고해 2~3개 품목을 추가로 확보해 놓는 것이다.

    다빈도 성분명 상위 50개도 지정해 통보했다. 

    구체적으로 위장관계 성분은 △모사프리드 △이토프리드 △레보설피리드 △트리메부틴 등이 정해졌다. 항생제는 △세파클러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클래리트로마이신 계열을 미리 확보하라는 것이다. 소염해열진통제는 △록소프로펜 △아세클로페낙 △아세트아미노펜 △펠루비프로펜 등이 대상이다. 

    이 경우 처방전대로 처방이 나가지 않아도 동일성분이지만 더 값싼 약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해진다. 약 품귀 현상이 있을 때도 대처가 가능한 방법이다. 그러나 국내 대체조제 비율은 1% 남짓이다. 일본이 80% 수준에 육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제약사 직원들이 의원에 올라가면 몇 개월 만에 의약품이 바뀌는데 이 과정에 리베이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이때 기존에 확보한 약이 불용재고로 남아 폐기하는 수순을 밟는다"며 "대체조제 활성화 및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대체조제 시 전화나 팩스, 전자메일로 의사에게 1일 이내 사후통보를 하는 과정이 복잡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약계의 분석이다. 이 상황에서 일단 대체조제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법 개정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사후통보하는 '간소화'를 추진한다. 

    명칭도 대체조제가 아닌 '동일성분조제'로 명문화한 이후 의사 처방권 근간이 바뀌는 성분명 처방으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약사회가 일련의 지침에서 "적극적 대체조제가 성분명 처방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던 이유다. 

    여당 역시 총선을 앞두고 '대체조제, 성분명 처방'을 거론하고 있으며 의정(醫政) 강대강 대치 국면 속 고령화 대처, 약제비 절감 등 명분이 담긴 의료개혁의 한 축으로 의미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가 의사에서 약사로 옮겨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명숙 성북구약사회장은 "성분명 처방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에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의료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성분명 처방을 실시 중"이라며 "의사와 달리 약사 리베이트 문제는 사전에 대응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상품명 처방 하에서 비대면진료의 확장은 어렵다. 성분명으로 전제를 걸어둬야 제도가 정착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고령화사회에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반발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 수면 위로 오르면 의대증원보다도 심각한 문제인 '처방권 침해'로 해석하고 있기에 의정 갈등을 넘어 심각한 직역 갈등 양상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앞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성분명 처방으로 무분별한 대체조제가 활성화되면 약화사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국내 제약산업 왜곡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