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강화 요구…"손실흡수능력 높이고 위기대응능력 필요"고금리-경기 침체 여파…3Q 순익 급감 이어 연간 실적 '적자전환' 위기연체율 상승으로 신규 대출 취급도 제한…여·수신잔액, 전년比 10%씩 급감"NPL 매각-상품 다양화 등 수익성 회복 방안보다 건전성-리스크 관리에 중점"
  •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 저축은행. 사진=정상윤 기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권에 PF 리스크와 관련, 또다시 충당금 적립과 연체율 관리를 주문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지속하면서 수익성은 적자로 돌아섰고, 건전성도 지속 악화하고 있는 만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중소금융부문 업무설명회'에서 연체율 급증에 따라 부실위험도가 커진 2금융권에 대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통한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감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2금융권 전체적으로 개인사업자와 취약차주, 부동산 관련 대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사시 선제대응을 통해 위험 전이를 차단할 방침이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에는 보완자본 인정 범위를 개선하는 등 자본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유동성 비율 제도를 개선하고 예수금 모니터링시스템도 고도화한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등 대내외 여건을 고려해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고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2금융권의 자기자본대비 단기 PF 부담은 113%이며 이 중 브릿지론이 68%를 차지한다. 게다가 브릿지론의 최대 56%가 취급 후 1.5년 경과 사업장이며 추가 연장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브릿지론은 부동산 PF 사업 초기에 받는 고금리 단기 대출이다.

    특히 브릿지론 만기가 올 상반기에 집중된 데다 하반기 이후에는 본PF 상환시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만기 도래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향후 손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고금리가 길어질수록 브릿지론의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규모는 9조~15조원 수준이다.

    이혁준 나이스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저축은행의 자기자본대비 부동산 PF 비율은 15%로 가장 높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분양률이 40%가 되지 않아 선순위 투자비 회수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 ▲ 저축은행. ⓒ연합뉴스
    ▲ 저축은행. ⓒ연합뉴스
    문제는 이처럼 부동산 PF 리스크가 확산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권에서는 탈출구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황 침체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이미 훼손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충당금 적립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누적 순손실 규모는 1413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업계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9년 만이다. 고금리 기조 속 조달비용과 이자비용이 늘어나면서다. 1분기 -597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 -960억원, 3분기 -1413억원 등으로 적자폭이 늘어났다.

    상위 5개사(SBI·OK·웰컴·한국투자·페퍼)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적자로 돌아선 곳은 없지만, 순이익은 전년대비 3분의 1까지 급감했다.

    저축은행 안팎에서는 지난해 4분기 업권의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연간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적자전환을 발표했다.

    KB저축은행은 -906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으며 우리금융저축은행 -491억원, 하나저축은행 -132억원 등도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저축은행의 경우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전년대비 22% 감소한 299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비교적 안정성이 있다고 평가받는 금융지주 계열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저축은행들의 실적 하락폭도 더욱 확대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업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일부 상위권 업체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수익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건전성 동반 부진…활로 찾기도 기대난

    게다가 건전성은 악화일로다.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6.15%로, 전분기 5.33%에 비해 0.82%p 올랐다. 이는 2022년 말 3.41%에서 지속 상승한 수치다. 3개월 이상된 대출 연체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지난해 3분기 6.40%로, 전분기 5.61%에서 0.79%p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경기 침체에 취약한 서민과 중소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대출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대출 취급을 늘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수신잔액은 107조원으로, 전년 말 120조에 비해 10.8% 급감했다. 대출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15조원에서 104조원으로 9.50% 낮아졌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수신상품 판매를 통해 대출상품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대출을 늘려 예대마진을 확보해야 하지만 조달비용과 건전성 리스크에다 충당금 부담까지 고려했을 때 이전처럼 영업을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높아진 연체율이 안 잡히는 상황이고, 지난해 말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반등할 이슈가 필요한데, 대출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NPL) 매각, 여·수신 상품 다각화 등으로 수익성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면서 상당수 저축은행의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 내에서 추가로 수익을 낼 방안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올해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