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어 2심도 “계약금 돌려줄 의무 없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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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지불한 2500억원대 계약금(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에서 2심 법원도 아시아나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는 21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HDC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질권 소멸 청구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등은 인수계약에서 정한 확약조항을 준수했고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아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은 모두 충족됐다”며 “HDC현산이 재실사와 재협상을 요구하며 거래종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이행거절에 해당하기에 인수계약 해제, 계약금 몰취는 적법하다”고 봤다.

    1심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HDC현산 측에서 낸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행보증금에 대한 질권 설정을 소멸시켜야 한다는 1심 판단도 유지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 측은 아시아나 항공에 10억원, 금호건설에는 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 사건 1심 판결을 인용하며 HDC현산 등이 거래 이후 취한 행위는 거래종결의무 이행을 거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HDC현산 등은 인수계약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감당해야 할 상황에 이르자 이때부터 인수상황 재점검과 재협의를 요구했다”며 “아시아나항공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의미와 범위 확인을 요구받고도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무·영업상태 악화는 ‘천재지변’ 또는 ‘국제 경제 환경이나 회사 등이 속한 사업의 일반적인 환경 변화’”라며 “중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이 여객운송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화물운송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인력을 감축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객운송 수요 급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사업과정에 따른 운영으로 이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부연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11월 HDC현산과 미래에셋증권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며 시작됐다.

    당시 두 회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했다. HDC현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거래금액의 10%인 2500억원대 이행보증금을 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거래는 무산됐다.

    HDC현산 측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은 2020년 11월 컨소시엄이 인수 의지가 없다고 판단, M&A(인수합병)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이행보증금을 몰취하는 내용의 질권 소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간 재판 과정에서 양측은 계약 무산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며 공방을 벌여왔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HDC현산의 인수의지가 없었다는 점을, HDC현산 측은 재실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재무제표상 미공개 채무가 있는 등 부정이 발생했다고 주장해왔다.

    2022년 11월 1심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 측이 거래 종결의 권한을 가졌다고 보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후 HDC현산이 1심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진행됐지만 2심 법원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