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 이후 매운 라면 전성시대51만 스코빌… 일반 청양고추의 100배 이상 맵기세븐일레븐 "매운 맛 경험하기에 적정 수준"
  • ▲ ⓒ황유정 디자이너
    ▲ ⓒ황유정 디자이너
    한국 사람들의 ‘맵부심’은 상당하다.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한국인들에게 매운 음식에 대한 사랑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국민 간식인 라면도 마찬가지다. 2012년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이후 수많은 매운 라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뚜기 마열라면, 농심 신라면 더레드, 팔도 킹뚜껑 등 한국인의 혀와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제품들이 많아졌다.

    최근 세븐일레븐이 들여온 ‘페양구 야끼소바 지옥의 맛’(3500원)도 맵부심을 자극하는 제품이다. 페양구 야끼소바는 일본 여행에서 꼭 먹어야하는 상품으로 꼽히는 컵라면이다. 세븐일레븐은 이 야끼소바에 매운 맛을 더한 ‘지옥의 맛’도 함께 선보였다.
  • ▲ 제품 하단에 '매운 맛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나 못 먹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 문구가 적혀있다ⓒ황유정 디자이너
    ▲ 제품 하단에 '매운 맛이 강하기 때문에 어린 자녀나 못 먹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 문구가 적혀있다ⓒ황유정 디자이너
    페양구 야끼소바 지옥의 맛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운 맛을 나타내는 수치인 스코빌 지수가 51만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청양고추(4000SHU)의 100배 이상, 핵불닭볶음면(8706SHU)의 59배에 달한다.

    숫자로 와 닿지 않는다면, 스코빌 지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스코빌 지수는 매운 맛을 측정하는 척도로, 간단하게 말해 측정 대상을 설탕물로 얼마나 희석해야 매운 맛이 사라지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청양고추의 경우 4000배로 희석해야한다는 의미다
  • ▲ 기존 제품들의 매운 맛을 나타낸 수치ⓒ이마트
    ▲ 기존 제품들의 매운 맛을 나타낸 수치ⓒ이마트
    그렇다면 페양구 야키소바 지옥의 맛은 어떨까. 제품에 동봉된 소스를 30g으로 가정해서 설명하자면, 이 소스의 매운 맛을 온전히 사라지게 하자면 약 1.5톤의 설탕물이 필요하다.

    페양구 야끼소바 지옥의 맛은 시리즈 중에서 두 번째로 매운 제품이다. 가장 매운 제품은 ‘페양구 야끼소바 지옥의 맛 FINAL’로, 무려 91만 스코빌이다.
  • ▲ 면과 건더기 스프, 별첨스프, 소스로 구성돼있다.ⓒ황유정 디자이너
    ▲ 면과 건더기 스프, 별첨스프, 소스로 구성돼있다.ⓒ황유정 디자이너
    제품 구성은 일반적인 컵라면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면과 소스, 건더기스프, 시치미(일본 배합 향신료)로 보이는 추가스프가 하나 더 들어있다. 기본적으로 ‘야끼소바’는 간장 베이스의 달고 짠 맛이 특징이지만 과연 이 제품에서 달고 짠 맛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커져갔다.

    제품 촬영을 위해 소스를 작은 접시에 덜자마자 구경하던 33개월 아이가 기침을 하며 도망갔다. 꼭 이 소스 때문에는 아니겠지만, 기자도 자꾸 기침이 났다.

    취식 방법도 동일하다. 건더기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운 뒤 약 3분간 기다렸다가 물을 모두 덜어낸다. 이후 별첨스프와 소스를 넣고 비벼서 먹으면 된다.

    물을 덜어내고 소스를 넣어 비비자, 외관상으로는 전혀 맵지 않은 희멀건한 색이 나왔다. 건더기 스프에 고추 슬라이스가 있긴 하지만 흔히들 많이 먹는 불닭볶음면은 물론, 팔도 비빔면보다도 순해 보이는 색이다. 시치미를 뿌리자 그제야 붉은 기가 조금 돈다.
  • ▲ 소스 양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 정도가 안전을 위한 적정선이었다.ⓒ황유정 디자이너
    ▲ 소스 양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 정도가 안전을 위한 적정선이었다.ⓒ황유정 디자이너
    강렬하다. 통상적으로 매운 음식을 먹을 때 ‘괜찮은데’ 싶다가 확 몰려오는 것과는 달리 시작부터 불에 덴 것처럼 휘몰아쳤다. 특유의 일본식 간장 향이 나는 것 같다가 얼얼함에 묻힌다.

    마치 독한 백주를 마셨을 때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느껴지듯, 매운 맛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입술과 혀가 욱신대기 시작한다. 맛을 본다기 보다는 일단 얼른 삼켜야겠다는 생각만이 든다. 코가 시큰해지고 눈 밑에서 열감이 올라온다.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진 것 같은 둔통이 입술에 맺힌다.

    못 먹겠다 싶다가도 의외로 끌린다. 중간 중간 느껴지는 특유의 향이 식감을 자극한다. ‘맛있게 맵다’를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라면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 ▲ 페양구 야끼소바 격신(激辛) 시리즈 제품들ⓒ황유정 디자이너
    ▲ 페양구 야끼소바 격신(激辛) 시리즈 제품들ⓒ황유정 디자이너
    절반정도 먹고 젓가락을 내려놨다. 반이나 먹은 자신이 대견했다. 고통은 고통으로 잊는다고 했던가. 숙취로 힘들 때, 몸이 너무 지칠 때, 극심한 스트레스로 화가 날 때 이 제품을 먹는다면 당신이 가진 모든 문제들이 순식간에 사소해질 수 있다.

    문득 세븐일레븐 담당자들은 이걸 먹어보고 국내 판매를 결정했는지, 이 매운 맛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무려 91만 스코빌의 ‘지옥의 맛 파이널’은 들여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맵지만 자꾸 당기는 중독성 있는 맛이 인상적이라는 (부서 내부) 의견이 있었다”면서 “‘지옥의 맛’ 정도가 매운 맛을 경험하고 소비하는데 적정한 수준이라고 보고 ‘지옥의 맛 FINAL’ 제품 수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