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경쟁구도로한국, 선복량 150만→200만TEU 추진일본, 230만→300만TEU 선언홀로서기 위한 덩치 키우기… 치킨게임 우려
  • ▲ HMM 인테그랄호가 부산신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뉴데일리DB
    ▲ HMM 인테그랄호가 부산신항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다ⓒ뉴데일리DB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인다. 동맹 간 시너지 효과에 기대 성장하던 것에서 본격적인 홀로서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재건 5개년이 끝나는 2025년 이후 추가 선복량 확보를 위한 2차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국적 컨테이너 선복량 목표치를 150만TEU에서 200만TEU까지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1TEU는 6m 길어 컨테이너 1개를 말한다.

    선복량은 국가 산업 물동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이후 뚝 떨어진 한국 해운업계의 최우선 개선 과제로 꼽혀왔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선복량을 70만TEU에서 114만TEU까지 끌어올렸다.

    대표 국적선사인 HMM은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1만6000TEU급 8척을 인도받는 등 2016년 40만TEU에서 100만TEU 이상 확충, 세계 8위 선복량을 마련했다.

    HMM과 디얼라이언스란 해운동맹을 함께 하는 일본의 ONE도 선복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6위 선복량을 가진 ONE은 향후 6년간 350억달러를 투자해 선복량을 300만TEU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세계 해운 물동량의 10%를 차지하는 수치로 규모의 경제로 굴러가는 해운업계에서 본격적인 치킨게임을 예고하는 시그널로 해석됐다.

    한일 양국 국적선사들이 선복량 확대에 나선 것은 디얼라이언스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선복량이 가장 많은 독일의 하파크로이드는 내년부터 동맹 탈퇴를 선언하고 세계 2위 머스크와 연합해 제미나이 동맹을 결성할 예정이다. 하파크로이드가 빠진 뒤 예상되는 경쟁력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선복량 확보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다른 해운동맹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동맹 없이도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선복량을 확충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했다.

    한일 해운업계의 치킨게임도 우려된다. 급격한 선복량 확대는 호황기에는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불황이 오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 2000을 상회하다가 3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맞고 있다. 중동 전쟁 불안감에 해상 운임이 일시적으로 뛰었지만, 전반적인 경기 침체는 떨쳐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경배 HMM 대표는 지난달 주총에서 "해운업을 둘러싼 불확실한 환경이 예상되지만 선제적 안목과 과감한 실행으로 도전을 이어가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