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이후 본사 이전 힘 받아"엑스포 실패, 실질적 보상 있어야"대주주 산은 적극적… 해진공도 우호적총선 이후 본격화… 해운직 찬성 vs 사무직 반발
  • ▲ 부산신항터미널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뉴데일리DB
    ▲ 부산신항터미널에 정박 중인 컨테이너선 HMM 포워드(Forward)호ⓒ뉴데일리DB
    매각이 불발된 HMM(옛 현대상선)의 부산 이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의 부산 이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지방 유치론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26일 여권 고위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HMM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 해수부와 산은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매각 절차가 다소 미뤄진 만큼 HMM의 기업 정체성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영남 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둔 이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 지역 민심에 작지 않은 상처를 남긴 만큼 실질적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정치적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HMM 부산 이전에는 대주주인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이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진공은 결렬된 하림그룹과의 매각협상에서 경영권 개입 여부를 두고 산은과 이견을 보여 왔다. 어렵게 다시 살린 국적선사를 민간 기업에 온전히 넘겨 과거 한진해운 사태를 다시 겪을 수 없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모항을 부산항으로 둔 HMM 본사가 이전되면 해진공으로서는 좀더 스킨십을 깊게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산은의 부산 이전이 속도를 내지 못한 정치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은 이전을 위해서는 산은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데 여야 합의가 난망한 상태다. 2월 임시국회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산은법 개정안은 21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될 공산이 크다.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라도 굵직한 성과가 절실한 상태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 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HMM 부산 이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저도 부산에서 근무하다 올라왔기 때문에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은 기업들이 많은 걸 알고 있다"며 "그래서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내용을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시의 적극적인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글로벌 허브도시 성공을 위해서는 HMM이 유치 1순위로 꼽힌다. 부산시는 북항 개발을 위한 투자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실무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또 유치 작업에 사활을 걸었던 이성권 부산시 전 경제부시장이 최근 부산 사하갑에서 국민의힘 총선 공천을 받아내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이전이 추진되면 현재 서울 여의도 본사 인력 상당 부분이 부산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본사로 흡수·통합한 인천사무소 인력과 여타 관리 직군은 서울사무소 형식으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육상직 사무인력 1000여명 중 900여명이 본사로, 나머지 100여명은 부산에서 출근하고 있다. 620여명의 해상직은 주로 부산에서 근무하는데 이들은 본사 이전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전정근 HMM 해원노조위원장은 "HMM이 부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는 만큼 부산 발전을 위해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 근무 중인 사무직 인력들의 반발은 풀어야 할 숙제다. HMM 관계자는 "본사 이전과 관련해서는 들어본 바 없다"면서도 "정치적 논리로 강행한다면 직원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