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렇다 할 성과 없다면 플랜B 가동"해수부 "재매각 없다"… 산은 HMM 팀장도 공석인수 물망 대기업군 손사래… 주가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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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의 매각 스케줄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마땅한 인수주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을 주도하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입장도 엇갈리는 모습이다.20일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경배 대표이사의 연임안을 의결한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김 대표는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평가된다. 김 대표의 연임은 HMM 매각 불씨를 꺼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다만 김 대표의 재선임 임기가 1년에 그치는 점은 변수다. 2022년 3월 첫 취임 임기는 2년이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플랜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올해 안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면 플랜B를 가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지난달 하림그룹과의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HMM 매각 일정은 표류하고 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 민생토론회 브리핑에서 "현재 HMM에 대한 재매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가 1주일 만에 "적절한 시기가 오면 재매각 계획을 충분히 말씀드리겠다"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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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포스코, 한화 등 인수 후보로 꼽혔던 대기업들도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최근 한화해운을 설립하며 해운업에 진출한 한화그룹도 "한화오션 인수 후 조선업 정상화를 위한 포석일 뿐 HMM 인수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재계에선 HMM에 산적한 영구채 이슈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기업회생 과정에서 발행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영구채는 내년까지 주식전환이 계속된다. 보유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 보유지분은 74%까지 오른다. 지분이 늘어난 만큼 매각 가격도 올라 앞서 하림그룹이 제시한 6조4000억원을 훌쩍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매각에 적극적이던 산은 분위기도 예전같지 않다. 산은에서 HMM 구조조정을 담당한 팀장은 현재 공석이다. 대신 태영건설 구조조정을 맡은 인사가 팀장을 겸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을 관리하는데 집중해야 할 인력이 HMM까지 신경쓸 여력이 있겠느냐는 걱정이 나온다.지지부진한 매각 전망에 주가는 흘러내리고 있다. 하림그룹과 협상 당시 2만원 안팎이던 주가는 1만5000원선까지 떨어졌다. 최종 결렬 시점과 비교하면 18.2% 하락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 여파로 업황은 나쁘지 않고, 향후 전망도 희망적"이라며 "정부나 산은도 당분간 매각보단 회사 내실을 튼튼히 하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