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번 위스키 오크통에서 숙성… 최소 5년 이상 보관일품진로, 헤리티지, 오크43 등 다양한 증류주 생산프랑스산 대형 오크통 및 옹기 숙성도 테스트 진행
  • ▲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전경ⓒ조현우 기자
    ▲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전경ⓒ조현우 기자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갔을까. 문득 어느 순간부터 사위가 서늘해진다. 문을 넘자 작은 발소리가 고요하게 울리는 커다란 공간이 나온다. 이곳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나무통들이 줄지어 늘어져있다.

    이곳은 하이트진로 이천 공장의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증류주 제조라인. 그 중에서도 안쪽에 자리한 묵통 숙성실이다. 입구에는 1만리터 용량의 거대한 나무통들이 수십여개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고, 다시 안쪽에는 200리터 나무통이 철제 트레이에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숙성실 안에 들어가자 바닐라향이 섞인 술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나무통에서 충분히 익은 술은 하이트진로의 증류주 ‘일품진로’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위해 미국에서 사용하던 200리터 용량의 버번 위스키 나무 통을 수입해 저장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숙성 기한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만, 하이트진로는 최소 5년 이상 숙성을 통해 조주한다.

    이곳에 쌓여있는 200리터 나무통은 5000여개. 100만리터에 달한다. 이외에도 철제 탱크와 프랑스에서 직수입된 1만리터 대형 나무통에서도 원액이 숙성되고 있다. 입구에는 옹기를 활용한 테스트용 숙성도 진행되고 있었다.
  • ▲ 공장 가장 깊은 곳에서 나무통에 담긴 술들이 익어가고 있다ⓒ조현우 기자
    ▲ 공장 가장 깊은 곳에서 나무통에 담긴 술들이 익어가고 있다ⓒ조현우 기자
    이영규 하이트진로 증류주 제조 파트장은 “철 탱크에 보관하면 원액이 투명해지면서 익어가는데 이 원액으로는 일품진로를 제조하게 된다”면서 “나무통에 저장하면 통 내부 성분과 반응해 노란 빛을 띄는, 이른 바 ‘위스키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성 기한은 차이가 있지만 가장 오래된 것은 24년간 숙성하고 있는 원액도 있다”면서 “지난해 23년산 일품진로가 한정판으로 나왔는데, 올해도 24년된 일품진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철제 탱크에서 숙성되는 원액은 일품진로25와 일품진로 헤리티지, 목통에선 고연산 일품진로로 만들어진다. 두 곳에서 만들어진 원액을 블랜딩한 ‘일품진로 오크43’도 선보인다.

    주변 환경에 따라 맛과 풍미에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숙성 환경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날 묵통 숙성실 온도는 10.2℃, 습도는 79.9%를 유지하고 있었다. 온도가 올라가면 나무통이 팽창하면서 원액이 손실되는 것은 물론, 맛 자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과거 수많은 나무통에 대한 적용을 연구했다. 이를 통해 숙성 환경이나 저장방식, 술의 맛과 향 등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다고 판단해 버번 나무통을 사용하고 있다.
  • ▲ 나무통은 개당 200리터, 총 5000여개 이상의 나무통이 보관되고 있다.ⓒ조현우 기자
    ▲ 나무통은 개당 200리터, 총 5000여개 이상의 나무통이 보관되고 있다.ⓒ조현우 기자
    온도와 습도, 보관 위치 변경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숙성 과정에서 휘발성이 강한 원액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일품진로 한정판이 매년 출시되지만 그 수량이 한정된 이유다. 실제로 이날 시음해본 일품진로23년 역시 지난해 총 8000병만 출시됐다.

    이 파트장은 “200리터 통이 담겨있지만 자연 휘발되는 부분이 있다보니 필연적으로 용량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평균적인 결감률은 2%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성을 통해 완성된 제품은 마치 위스키와 같은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