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에 비트코인 급락 반영…환율도 급등세멀어지는 美 기준금리 인하 기대…6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원자재로 리스크 헤지 필요…수출·실적 호조 기대 업종 매수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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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고환율·고유가 이른바 '3고' 현상에 중동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증시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달러화와 금 등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증시 흐름을 관망하면서도 외국인 수급이 지속되는 실적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13일 밤 (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100대 넘는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사령관 등 13명이 숨진데 따른 보복 공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직접 무력 대응에 나서면서 중동 상황이 전면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확전 여부의 열쇠를 쥔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현지시각) 이란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으로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이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가 승리감을 지닌 채 다시 거리를 둠으로써 확전을 제한할 출구가 생기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이후 이란에 대한 보복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은 피했다는 분석이다.  

    ◆환율·비트코인·증시 요동…중동 불안 고스란히 반영

    금융시장은 즉각 이 위험을 반영했다. 비트코인은 이란 공격 직후 미 동부 시간 기준 13일(현지시각) 오후 5시 26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7% 급락한 6만1884달러(8570만 원)를 나타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장중 온스당 2400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국제 유가 역시 중동발 우려에 치솟았다.

    유가도 올랐다. 12일(현지시각)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45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0.71달러(0.8%)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중동 긴장을 반영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2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1% 하락한 2643.93포인트, 코스닥은 2.01% 하락한 843.21포인트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다시 2700선 밑으로 내려온 코스피는 2거래일 연속 낙폭을 키우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5.4원)보다 6.6원 오른 1382.0원에 출발했다.

    ◆고환율·고물가·고유가 가중…멀어지는 금리인하 기대감

    이번 이란의 도발로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인하 횟수 축소 등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분위기다. 

    앞서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3.4%)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두 달 연속 상승세가 확대됐다. 

    불확실성이 짙어짐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강달러와 고유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95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370원이 깨진 상황에서 1400원대까지는 저항 구간이 없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는 만큼 WTI는 지난해 고점인 93~9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 급등이 최근 수개월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한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그간 시장은 미국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6월로 예상해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6월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7월 이후에나 첫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시장은 해석하는 것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수입물가의 근간을 이루는 환율이나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어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원자재, 리스크 헤지 가능…"수출·실적주 조정 시 비중 확대"

    국내 증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럴 땐 달러와 금, 원유 등 원자재를 리스크 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등 원자재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포트폴리오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며 "달러도 올해 연말까지 안전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유·해운·방산주는 이같은 불확실성에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석유·정유 등 에너지업종은 유가가 오르면 판가를 올릴 수 있고, 전쟁 인접국들의 안보 강화 수요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 상황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유가 상승기가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나 고유가 장기화는 정유업에 좋은 것은 아니며, 유가 변동성이 주가 변동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만한 시장 재료가 부재한 만큼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기간 조정을 이용해 수출 및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 업종 중심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 자동차, 반도체 등 실적 및 수출 호조가 기대되는 업종은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8~12일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1조2515억원, SK하이닉스 1559억원, 현대차 2255억원어치, 기아 299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이익 모멘텀이 확실한 업종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 반도체 등 올해 연간 전체와 분기 이익 추정치 변화율이 증가하고 있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