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넥슨·위메이드·엔씨 등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의혹 조사게임 시장 규모 10년 만에 마이너스 전환… 게임 업계 보릿고개 한창실적 악화 속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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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국내 게임사에 대한 게임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불황 속에 고강도 규제 칼날이 더해지면서 업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 위메이드,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의혹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게임 이용자가 직·간접적으로 유상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효과·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를 대상으로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넥슨의 온라인 PC 게임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내 판매하는 게임 아이템 확률을 변경하고도 누락하고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어 공정위는 최근 위메이드를 대상으로 모바일 게임 '나이트크로우'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나이트크로우는 가치가 높은 특정 아이템 등장 확률이 0.0198%에서 0.01%로, 0.1%에서 0.32% 등으로 정정됐다. 희귀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은 7%에서 3.97%로 정정되는 등 아이템 등장 확률은 축소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조사에 착수했다.

    엔씨의 경우 게임 내에서 관리자 계정으로 유저 간 경쟁에 몰래 참여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 현장 조사가 이뤄졌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리니지2M'을 운영하면서 게임사 관계자가 '슈퍼 계정'을 만들어 플레이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 이와 함께 아이템 확률 조작이 게임에서 발생했는지도 함께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공정위는 웹젠과 그라비티를 대상으로 확률형 아이템 조작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웹젠은 모바일 게임 '뮤 아크엔젤'의 경우 특정 횟수 뽑기 시도 전까지는 획득 확률이 0%로 설정된 '바닥 시스템'이 존재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라비티의 PC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일부 아이템 뽑기 확률은 8배까지 부풀려진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게임사들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의도적 조작'을 뿌리뽑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다만, 게임회사들에게는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기도 전에 사법리스크에 휩싸여 회사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시장 규모는 19조 7000억원으로 10.9% 축소됐다. 게임 시장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은 2013년(-0.3%) 이후 10년 만이다. 

    엔씨의 경우 지난해 매출 1조 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75% 줄었다. 특히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 MMORPG 'THRONE AND LIBERTY(이하 TL)'의 국내 흥행에 실패하면서 회사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 17만원 밑까지 곤두박질 쳤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존 김택진 대표 1인 체제에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와 공동대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위메이드 역시 2022년 연간 영업손실 80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125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창업주인 박관호 의장이 1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선 상태다. 본연의 게임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고, 위믹스(WEMIX)를 필두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밖에 넥슨(강대현·김정욱), 넷마블(권영식·김병규) 등은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하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기존의 체제를 탈피하고 부진한 사업 철수 등 보릿 고개를 넘기기 위한 힘든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 대한 규제로만 이어질 경우 외산 게임이 들어오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에 불과하다"며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되, 역차별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