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범위와 표시사항 등 촘촘한 기준 세워해외 게임사 법망 우회,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법안 4년째 계류중소 게임사 부담 속 역차별 논란… "사후 대책 촘촘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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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내달부터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시행해 촘촘한 규제에 들어간다. 이용자 권익 보호 측면이라는 명분이지만, 해외 게임사들의 규제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22일부터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이용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말한다. 이용자에 투입 금액보다 높은 가치의 아이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넥슨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42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넥슨의 PC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강화 아이템 '큐브'를 판매하면서 확률을 임의로 낮추고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게임 산업계의 대표적 불공정 사례로 확률형 아이템을 언급한 바 있다. 국정과제 중 게임 분야 핵심 사항으로 꼽힌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 3월 22일 본격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관련 해설서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의 범위와 표시사항, 게임 및 광고·선전물 내 표시 방법 등에 대한 촘촘한 기준을 담았다. 정보공개 범위와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유상 구매 가능한 모든 아이템은 확률 정보공개 대상이며, 온전히 무상으로 얻은 아이템만 정보공개에서 제외된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별 표시와 관련해선 아이템 유형을 캡슐형·강화형·합성형·기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의 확률 표시사항과 방법을 안내했다. 아이템 합성 결과에 따라 등급이 구분되고, 등급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이 달라지는 등 단계별로 확률이 적용된 경우에도 개별 확률을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2년 이하 지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문체부는 제도 시행 이후 위법 사례를 감시하고자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24명의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게임위 내 법률준수 안내를 위한 전담 창구를 만들고, 게임 사업자들이 제도를 잘 이행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대리인 제도를 통해 해외 게임사를 규제하는 것에 의문을 표한다. 국내 대리인 제도는 해외 기업들의 이용자 보호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국내에 지사나 사무실을 두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꼼수를 부리는 일이 만연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페이퍼컴퍼니를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하며 'n번방 방지법' 법망을 피해간 바 있다. 홍콩 디밍게임즈의 '배틀삼국지'의 경우 환불 고지 없이 서비스를 종료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발의된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화 법안은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또한 국내 게임 업계는 2015년 7월부터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자율 규제를 준수해 오고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업체의 98%가 유료 확률형 콘텐츠에 대한 자율규제를 준수한 반면, 해외 게임의 경우 56.3%에 불과했다. 중소 게임사들 역시 정부의 일괄 규제에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통해 부정적인 게임 인식 개선에는 일조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내 게임사만 옥죄는 규제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후 대책을 촘촘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