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내년 3월 말 재개금융당국·증권사, TF 구축 통한 전산시스템 개발 박차최근 불법 행위 금융사고에 ‘투자자 보호 미흡’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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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도 회복과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전면 금지했던 공매도가 내년 3월 말부터 재개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 등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안은 공매도 제도의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내년 3월 말부터 시행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불법적인 시장 교란 행위로부터 우리 자본시장을 지켜내고, 1400만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며 “내년 3월 말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 기관과 개인투자자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해소되고, 불법 공매도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처벌과 제재도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매도를 하려는 기관·법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과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이에 대한 증권사의 확인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위반한 기관·법인투자자와 증권사에 대해서는 무차입공매도가 발생하지 않아도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또한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통일하기 위해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의 상환기간을 법적으로 제한하며 무차입공매도 방지 조치 위반과 동일하게 상환기간을 위반한 투자자도 1억원 이하 과태료의 대상이 된다.

    아울러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재·처벌도 강화했다.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에 대해 최대 5년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과 상장사 임원선임·재임이 제한되며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는 6개월간 지급정지가 가능하다. 불공정거래와 불법 공매도의 벌금형은 부당이득액의 4~6배로 상향하고 불공정거래와 동일한 징역 가중처벌을 적용한다.

    앞서 금융투자협회도 지난 14일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에 대한 후속 조치로 업무규정 개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규정에는 ▲신용거래 대주 전용 계좌 제공 의무 ▲담보 비율 인하·담보가격 할인평가 ▲대차거래의 상환기간 제한 등에 대한 내용이 신설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전산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산화 작업은 한국거래소의 불법 공매도 중앙 차단 시스템 개발과 기관투자자의 잔고 관리 시스템 구축 등 두 축으로 나눠 진행된다. 특히 거래소는 지난 8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기업 코난테크놀로지와 12억8000만원 규모의 외부 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며 증권사들도 TF(태스크포스) 등을 구축하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재개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간 글로벌 주요 지수 산출기관 MSCI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 등으로부터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국내 주식 시장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받아왔던 만큼 이가 재개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MSCI는 지난 6월 발표한 시장 분류에서 한국 증시가 접근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매도 관련 항목에서 마이너스(개선 필요)로 평가했다. FTSE러셀은 채권국 분류 반기 리뷰에서 한국을 세계국채지수(WGBI)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동시에 하반기 정례시장 분류에서 선진지수로 분류한 한국 증시의 지위를 유지했다.

    다만 FTSE러셀은 “(한국의) 공매도 금지 조치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차입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유동성과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제도는 증시의 과열을 막는 등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신속히 재개해야 하고 금융투자업계의 숙원 사업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구축 중인 전산시스템과 개정된 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해진 부분들만 공매도를 할 수 있게끔 한다면 자본시장 선진화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자자들은 ‘투자자 보호 미흡’을 우려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지난 2021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불법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적발하는 시스템은 주문이 몰릴 경우 과부화가 걸려 매매 체결 속도가 늦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약 13억원에 불과한 자금으로 구축한 시스템에 효율·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불법 행위에 따른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주요 주주가 증권사고 그들로부터 거래 수수료도 받는 거래소가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은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겉모양은 갖췄는데 속은 텅 빈 ‘속 빈 시스템’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