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0일자 오피니언면에 이재교 변호사(인천로앤택스법률사무소)가 쓴 시론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자유주의연대가 5·31지방선거 기간 중 5대 포털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포털 ‘보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정부적인 편향성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당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내용을 메인 화면에 배치한 반면 야당의 오세훈 후보 얘기는 주로 부정적인 내용을 메인에 배치하는 식이라 한다. 그 외에 정규 언론이 크게 보도했던 납북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부친 방한 기사,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병풍’의 주인공인 김대업 씨의 동생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채용된 기사 등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포털이 한결같이 친여, 친정부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포털이 만물상회와 같은 기업이라는 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포털을 보라. 없는 게 없다. 백화점과 할인점, 각종 금융기관 등을 모두 합쳐 놓은 듯하다. ‘문어발’ 재벌그룹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런 사업체가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눈치 정도가 아니라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겠다.

    언론은 그래서는 안 된다.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권력 감시’로 이를 위해 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이런 특성 때문에 신문법은 30대 기업의 일간지 발행을 금지했을 터이다. 하지만 언론이 독립성을 잃으면 그게 쉽지 않다. 포털이 지방선거 기간에 여권의 구미에 맞게 보도한 일이나, 얼마 전 4대 포털에 개설된 청와대 블로그를 포털들이 대대적으로 홍보해 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들은 미디어다음을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언론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문법상의 인터넷신문은 자체 제작한 기사가 30%를 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포털은 자체 기사 비중이 30% 미만이기에 인터넷신문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자체 취재한 기사가 적다는 이유로 언론에서 제외시키는 조치가 합당할까? 그렇지 않다. 언론사가 제공한 막대한 양의 기사를 임의로 선별하고, 그 기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며, 심지어 기사의 제목을 바꾸기까지 하는 등 실질적인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보도의 형평성 등 언론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네이버는 정치 관련 기사 70.2%의 제목을 바꾼 반면 비정치적인 기사는 22%만 제목을 바꿨다는 사실이다. 다른 포털들도 비율에서 차이가 날 뿐 비슷한 양상이다. 정치 관련 기사의 제목을 주로 바꾼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포털의 속성을 고려할 때 권력의 눈치를 살핀 측면이 꽤 클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권은 4대 개혁입법의 하나로 신문법을 제정하면서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각종 규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그 신문법이 포털은 인터넷신문에 포함되지 않도록 장치했다. 정권의 저의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정보통신부가 통제하는 정보통신사업자로 놓아두는 것이 포털 장악에 더 유리하다고 보았을 터이다.

    언론 피해자의 입장에서도 문제가 있다. 포털에 실린 기사는 그 기사를 공급한 매체에서의 클릭 수보다 포털에서의 클릭 수가 많은 게 보통이다. 사실이 이러하다면 포털의 기사로 피해를 본 사람은 포털을 상대로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포털이 언론이 아니라면 이러한 청구가 어렵다.

    해법은 명료하다. 포털을 언론에 포함시키고 백화점식 사업을 금지해야 한다. 이게 싫은 포털은 보도를 포기하면 된다. 포털이 언론에 포함될 때 비로소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언론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보 등으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에도 충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