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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이하 인권위)가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시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최종 판단을 내린 데 대한 각 신문의 사설은 판이하게 달랐다. 메이저 언론사와 군소 신문의 논조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
'조중동문'으로 불리는 메이저 보수 언론은 인권위의 이번 결정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제목도 '인권위, 폭력시위대 낫에 살 찢겨보고 대답하라'(조선일보) ''촛불진압 인권침해' 결정, 균형 잃었다'(동아일보) '불법 여부 따지지 말자는 인권위 '인권 궤변''(문화일보)이었다. 반면, 이른바 좌파 언론으로 불리는 한겨레신문와 경향 신문은 각각 '정부는 인권위 권고를 즉각 수용하라' '정부는 인권위 결정 겸허히 수용해야'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사설에서 "어떤 전경대원은 경찰버스 뒤에서 밥을 먹다 시위대가 막대기에 매단 낫을 차 아래로 휘두르는 바람에 발목이 찢겼다. 그때 시위로 전·의경 97명이 경찰병원에 후송됐다"며 "이번 결정을 내린 인권위원들은 다음 폭력시위 땐 반드시 경찰 곁에서 폭력시위대가 휘두르는 낫에 살점이 뜯겨나가는 경험을 경찰과 함께 나눠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인권위는 전·의경 근무복에 식별 표지, 이를테면 명찰을 달라고 했다. 인권위가 그런 권고를 하려면 폭력시위대에게 복면부터 벗으라고 해야 옳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5월부터 석 달여간 서울 도심을 거의 마비시켰던 촛불시위의 전반적 양상에 비추어 균형을 현저하게 잃었다"고 질타했다. 이 신문은 "조사활동이 한쪽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과연 광화문 일대의 상인이나 기업체 근로자, 택시운전사 같은 피해자와 린치를 당한 경찰관들이나 사진기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조사했는지 밝혀라"고 촉구했다.
문화일보 역시 전날 사설에서 인권위를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5월 초순 이래 석달의 촛불집회가 '공공의 질서' 내지 '집회의 자유의 한계'와 무관하다는 식과 다를 것 없는 결정을 내린 인권위에 대해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면 폭도로 규정돼 무차별 제압당하는 선진 각국의 경찰력을 아느냐고 질책하기에 앞서 연간 예산으로 국민 혈세 200억원을 쓸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고 따졌다. 이 신문은 "진정을 접수한 7월11일 그날 금강산 관광객을 저격한 북한군 범행에 대해선 여태 침묵해온 인권위에 무엇을 더 묻고 말고 할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독립적 국가기구의 조사 결과인 만큼, 정부와 경찰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권한 남용과 인권 침해를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경찰의 이런 폭력까지 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따위 논리로 옹호한다면, 내놓고 공포정치를 벌이겠다는 말이 된다"고 강변했다. 경향신문은 "경찰의 과잉진압 장면들을 떠올려보면 사필귀정"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인권위 결정에 정부와 경찰, 그리고 일부 사회단체와 네티즌이 반발하는 데 대해서 "인권위는 공권력과 시민 중 어느 쪽 잘못이 큰지를 가려 비교형량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