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처 "2072년 韓 성장률 0.3%에 나랏빚 7천조, 연금은 32년 뒤 고갈"

약 50년 뒤 한국의 나랏빚이 지금의 6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국회보고서가 나왔다. 국내총생산(GDP)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국민연금 곳간이 2057년 완전히 고갈되면서 나랏빚은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는 계산도 나왔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를 보면 예정처는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2.2%에서 2072년에 0.3%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추계했다. 현 법령과 제도 유지를 전제로 한 전망이다.

오는 2072년 국가채무는 현재 1270조 4000억 원의 5.7배 수준인 7303조 6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계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3.8%로 계산됐다.

국가채무는 정부의 상환 의무가 있어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불린다.

국가채무의 GDP 대비 비율은 올해 47.8%에서 2040년 80.3%, 2050년 107.7%, 2060년 136%, 2072년 173%로 가파르게 증가한다.

2050년 경에는 한국에서 생산된 생산물을 전부 현금화하더라도 나랏빚을 갚을 수 없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정부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는 구조에서 나랏빚이 폭증할 수 밖에 없다.

일하는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고 부양이 필요한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맞물려 총 수입은 650조 6000억 원에서 2072년 930조 2000억 원으로 연평균 0.8% 증가할 것으로 예정처는 전망했다.

총지출은 올해 676조 3000억 원에서 2072년 1418조 5000억 원으로 연평균 1.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총 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25조 7000억 원에서 2072년 488조 3000억 원으로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위험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사회보장성기금은 인구구조상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수입은 특정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 누적 적립금은 2039년 1936조 9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부터 지출이 더 많은 적자 상태에 돌입해 2057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2072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누적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899조 4000억 원으로 GDP 대비 60.9%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론 향후 인구가 추계보다 덜 줄어들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10%포인트(p)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72년 인구를 전체 보고서의 기본 가정인 '중위' 시나리오보다 660만 명 더 늘어나는 '고위'로 가정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은 9.7%p 낮아진 163.2%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인구가 605만 명이 적은 '저위' 시나리오로는 국가채무 비율이 9.0%p 오른 181.9%가 될 것이라고 예정처는 봤다.

예정처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중위 분석 가정보다 높은 0.75명으로 잠정 집계돼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보이는 게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데 그쳐 저위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최소한 중위 수준의 인구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