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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관련법과 관련한 파업으로 가뜩이나 뒤숭숭한 방송가가 표절, 조작, 막장 논란으로 얼룩져 시끄럽다.
드라마 파트가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사회적인 비난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최근 SBS TV '놀라운 대회 스타킹'의 표절ㆍ조작 사실이 드러나고, KBS 1TV '환경스페셜'이 연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방송가는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까지 총체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전문가들은 "표절, 조작, 막장 모두 법적인 제재 이전에 방송인 스스로의 자율적 기준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문제들"이라고 입을 모은다.
◇죄의식 없는 표절
사실 방송가에서 표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스타킹' 사건이 충격을 주는 것은 그 '대담함' 때문이다. 과거 국내 방송사들은 예능 PD들을 정기적으로 일본으로 보내 현지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오도록 했다. 그렇게 돌아온 PD들은 마치 자기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인양 일본 프로그램을 베껴 국내에서 선보였다.하지만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의 발달로 이러한 노골적인 표절은 불가능해진 지 오래다. 해외 방송을 국내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대에 그러한 표절은 금세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해외에서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해 방송하는 경우가 는다.
그런 와중에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스타킹'이 버젓이 일본 프로그램을 따라 하면서 '아닌 척'을 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SBS가 진상 조사 후 사과문을 즉시 발표한 것은 이번 사안이 그만큼 명백했고, 내부에서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SBS 관계자는 "우리도 정말 깜짝 놀랐다"며 "소재 부족과 시청률에 대한 압박이 그만큼 컸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작 논란 자체가 불명예
'환경스페셜' 팀이 지난해 3월 방영한 '밤의 제왕 수리부엉이 3년간의 기록'에 대한 연출 조작 논란은 말 그대로 아직까지는 '논란'이다. 제작진을 비롯해 대다수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가들은 먹이를 유인해 촬영하는 일은 자연 다큐 촬영의 관행이라고 입을 모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KBS가 제작진을 상대로 연출 진위 조사와 감사에 착수하기로 해 결론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시종 "억울하다"고 주장하지만, 조작 논란 자체가 프로그램과 자연 다큐멘터리의 명예에 상처를 안겨준 것은 분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PD는 "이번 논란의 핵심은 연출된 상황을 밝혔어야 하느냐의 문제인데 다큐계에서도 그에 대한 확실한 기준은 없다. 그래서 논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 시청률만 나온다면"'조강지처클럽' '아내의 유혹'이 '막장 드라마'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뭇매를 맞은 데 이어 최근에는 MBC TV 아침극 '하얀거짓말'과 일일극 '밥줘' 등이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의 주인공이 됐다.
문제는 '막장 드라마'라 불리면 거의 예외 없이 시청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불륜과 폭력, 패륜, 음모 등 온갖 선정 요소가 범벅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욕을 먹지만 동시에 흥미도 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돼도 '막장 드라마'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명환 용인송담대 방송영상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세미나에서 "막장 드라마는 결국 드라마에 대한 기획력 부족과 창의력 빈약에서 비롯한 일종의 매너리즘이고 대중영합을 쉽게 획득할 수 있는 드라마 포퓰리즘의 일단"이라고 지적했다.
◇제작의 가이드라인 정비해야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조작 논란은 어떤 종류의 다큐에서든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표절도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어느 선까지를 인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표절과 조작 모두 기준이 애매하다. 용인할 수 있는 한계가 불분명한 데 그것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그 역시 법적인 제재 이전에 만드는 이들의 자율적, 도덕전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는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가지 병폐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것을 방지하려면 더욱 투명하고 윤리적인 제작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와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