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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중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이미 만났다면 장소는 원산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함경남도 함흥시에 머물고 있던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시로 이동해 송도원 청년야외극장을 현지 지도하고 인민군 관하 부대의 군인가족예술소조공연도 관람했다고 13일 전했다.
중앙통신이 이날 오후 보도한 김 위원장의 이러한 행적은 지난 12일 또는 13일 오전에 이뤄진 것으로 예상된다.
현 회장은 이날 평양에서 비행기 또는 육로로 원산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만찬을 겸한 회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면담의 성사 여부는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북한 당국이 억류하고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의 신병을 현대아산측에 인도한 오후 5시10분 이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으로선 현 회장에게 유씨 석방의 관용을 과시하면서 대북 경협사업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쉽게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함경남도 함흥시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하고 함흥대극장에서 군 장병과 함께 연극을 관람했다고 12일 오전과 오후 각각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함흥 행적은 지난 11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11일부터 이날까지 평양에 있지 않았다. 또 김 위원장이 동해안 피서지에서 여름 휴가를 지내며 인근 시설과 부대를 시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10일 평양으로 향한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면 장소가 함흥 또는 원산이었을 추론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양에서 승용차로 5∼6시간을 가야 하는 먼 거리라는 점에서 함흥에서 둘이 만났을 가능성은 원산보다는 여러 조건상 낮다.
반면 김 위원장이 현재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산은 영빈관 격인 초대소도 있고, 비행장도 있다. 평양에서 육로로는 2시간30분, 비행기로는 1시간만 타고 가면 된다.
원산은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 첫 면담을 한 곳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2005.7.16 원산 초대소에서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와 김 위원장을 만나 대북 사업 계획을 논의했다.
앞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후 방북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평양에 머물다가 북한이 제공한 항공편을 이용해 원산의 동해함대 해군기지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또 2000년 8월 평양에서 열린 제2차 남북장관급회담때는 박재규 당시 통일부 장관이 김 위원장과 면담을 위해 일정을 하루 연장하고 열차와 승용차를 이용해 김 위원장이 머무는 곳으로 이동하는 등 김 위원장은 남한의 인사를 `제2의 장소'로 불러 만나기를 좋아했다.
만약 일각의 추측대로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의 방북 마지막 날인 14일 현 회장과 조찬을 할 경우에도 여러 여건상 적어도 평양보다는 원산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