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시장이 `유럽 재정위기설'의 충격파에 이틀째 진통을 겪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에 이어 또다시 20원 이상 뛰어오르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출발했고, 코스피지수도 개장과 함께 3%대의 폭락세를 보였다.

    유럽 각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위기가 유로존으로 전파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은 각국 금융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낙폭이 4% 선까지 확대됐다.

    이에 앞서 6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47.80포인트(3.2%) 떨어진 10,520.32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재정건전성이란 측면에서도 유럽과 사정이 다르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된다면 국내 시장도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다.

    ◇환율 1,160원대로 급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이틀째 급등하며 1,16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24.70원 오른 1,166.00원으로 출발한 환율은 1,169.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뉴욕증시가 한때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 달러 매수심리를 부추겼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국채 매입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높였다. 시장에서는 ECB가 재정난에 처한 일부 유럽 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면 재정위기 우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엔화가 달러당 90엔대로 하락하고, 달러화는 유로화에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화는 달러당 1.26유로까지 하락했다.

    역외 원·달러 환율도 1,155원 선까지 치솟았다.

    전날 외국인이 7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도 순매도를 이어가는 점도 환율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 따른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을 이끌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남유럽의 재정적자 문제가 확산되고 경기회복 둔화까지 겹친다면 장기간에 걸쳐 유로존의 은행시스템 문제와 글로벌 금유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한 뒤 환율이 1,180원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심리적 공황' 우려

    코스피지수는 오전 9시50분 현재 51.42포인트(3.05%) 급락한 1,633.29에 거래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18.31포인트(3.60%) 하락한 490.92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이 1천억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외국인은 전날에도 7천514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최근 나흘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국내시장에 진출한 유럽계 금융사들이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하기 위해 유가증권 매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증권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은 315조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30%가량인 105조원이 유럽계 자금으로 추정된다. 채권시장에서도 65조원의 외국계 자금 가운데 20조원이 유럽계 자금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시장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유럽계 자금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3.8% 이상 하락했으며 중국상하이 종합지수는 낙폭이 4.1%대에 달하고 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뉴욕 시장을 거치면서 증폭되는 양상이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9,900선으로 주저앉은 뒤 낙폭을 회복하면서 전날보다 347.80포인트(3.2%) 떨어진 10,520.32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52% 떨어진 5,260.99로 마감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주가지수도 0.84% 내린 5,908.26으로 장을 마쳤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는 전일 대비 2.20% 내린 3,556.11로 마감했다.

    채권 시장도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포인트 오른 3.79%를 기록하고 있으며 3년 만기 회새채 금리도 0.05%포인트 오른 4.53%를 기록 중이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듯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 문제가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데,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재정 적자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니 그리스에 물린 유럽계 은행들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그나마 그리스는 경제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스페인, 포루투갈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경우에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 불안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가 약세가 되면 미국 경제도 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라는 점도 시장에서 걱정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문제가 경제가 계속 먹구름처럼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PIIGS' 재정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동안은 문제가 불거지고, 해결책이 나오고 할 때마다 시장이 출렁였다 안정되곤 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임지원 수석이코노미스트도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계속 이어지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에 맞먹는 급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도 "미국발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까진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유럽 재정 위기의 국제적 확산 가능성을 단언하기 이른 시점인 데다 국내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고 對유럽 수출비중이 12%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에 급격한 자금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도 확언하는 바"라면서 "미국 시장 등이 과민반응한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