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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시장 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희토류 생산 확대를 준비하면서 주요 2개국(G2)의 자원전쟁이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 과학기술위원회가 승인한 희토류 연구 자금지원 법안은 특히 중국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갈등에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겠다며 일본을 압박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희토류 생산 확대 및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에 맞서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핵심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중국에 휘둘릴 경우 국가 안보와 대외 영향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엿보인다.
중국은 이미 중동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과감한 투자와 계약을 통해 각종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경제성장에 따라 엄청난 자원 수요를 충당할 필요가 있지만, 미국으로서는 중국으로 자원이 몰리고 이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이란의 석유 자원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엇박자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은 희토류 대응을 계기로 세계 각지에서 중국과 자원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
◇'필수자원' 희토류 목줄 쥔 중국 = 희토류는 각종 첨단제품은 물론 미사일 등 군수품에도 필수적인 희귀광물로 현재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광산에 대한 정부 장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채굴 및 수출량 제한에 나서고 있다.
이는 이전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희토류를 미국과 일본 등지로 수출했지만 최근 무역 보호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자는 내부 의견에 따른 조치로 전해졌다.
희토류 교역량은 한해 20억 달러이며 이를 이용한 전체 산업 규모는 1천억달러에 이른다. 나아가 전 세계 수요는 지난해 12만4천t에서 2015년까지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계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매장량의 60%, 공급량의 95%를 차지하는 중국이 생산량을 대폭 줄이면 세계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호주와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중국의 수출 감축에 대응해 자체 생산량을 늘리는 문제로 부심하고 있으며, 일부 선진국들은 중국 정부가 금속 수출에 '관용'을 베풀도록 종용해 달라고 세계무역기구(WTO)에 호소하는 형편이다.
최근 중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희토류 총 수출량이 3만300메트릭톤으로 전년에 비해 40% 감소했으며 그나마 대부분이 이미 수출된 물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희토류 광산을 폐쇄하는 등 무관심했던 미국도 중국의 희토류 자원 무기화를 경계하면서 생산 확대 법안을 마련한 셈이다.
이번에 희토류 개발지원 법안을 낸 케이시 달켐퍼 미 민주당 하원의원은 중국이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공급방안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中, 아프리카 극빈국까지 '자원 몰이' =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빈국까지 진출하는 등 그야말로 공격적으로 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기업이 지난해 세계 광산 투자액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기업의 투자 비중이 2004년 1% 미만, 2007년 7.4%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폭발적인 신장세다.
중국 산둥철강그룹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철광석 광산에 15억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맺는 등 올해 중국 기업의 해외 광산 투자는 76건, 액수로는 83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기업은 특히 자원 부국인 호주와 캐나다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주에서 광산 계약 중 40%가 중국 기업의 몫이었고 캐나다에서도 4분의 1에 달했다.
또한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지난해 서아프리카 연안의 거대 유전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가나국영석유회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나이지리아 주요 광구의 임차권을 획득하기 위해 현지 정부와 협상을 벌이는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너지 자원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방은 중국의 대(對) 아프리카 투자 확대가 '신 식민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현지 정부는 중국의 자본 투자를 꺼리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재계 대표와 주요 부처 장관 등 대표단 350명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한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중국은 남아공에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이며, 남아공은 기업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과 남아공 기업체들은 같은 달 철도와 송전, 건설, 광업, 보험, 통신, 원자력 분야 투자를 포함한 10여개 항목에 합의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남아공의 제1 수출 대상국으로 올라섰으며 남아공으로부터 철광 등 천연자원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중남미 지역에도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석유 수입 가운데 중남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8%를 기록해 2004년의 2.4%에서 두 배로 늘었다.
◇전쟁은 미국, 자원은 중국 몫 = 미국은 2001년부터 9년째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이곳에서 발견된 대규모 광물자원은 중국에 돌아갈 전망이다.
서방 광산업체들도 1조달러에 달한다는 아프간의 자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전쟁과 부패,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실제 개발 참여를 꺼리고 있다.
이에 반해 자원 조달이라는 정부의 '특명'과 지원을 받은 중국 업체들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동(銅) 광산 입찰에서 중국 업체에 밀렸던 캐나다 광물 개발업체인 '헌터 디킨슨'의 로버트 섀퍼 부사장은 지난 6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광산 개발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며 "그들의 관심은 실물 상품을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들은 우리가 가지 않는 곳에서도 투자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국영 광산업체인 중국야금과공집단공사(CMGC)와 최대 구리생산 업체인 장시 코퍼는 카불 남부 로가르주(州)에 위치한 아이나크 구리 광산 개발권을 따내 지난해 탐사에 돌입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나아가 카불 서부 철광 개발과 북부 석유.가스 광산 입찰에도 뛰어들었다.
일부 언론은 미국과 중국 등이 아프간에서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19세기 주요 열강이 중앙아시아를 두고 패권 다툼을 벌였던 '그레이트 게임'에 견주기도 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