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언론, 언론인이 되려는 20대들에게
     
    변희재, bignews@bignews.co.kr   
     
    20대 대상 매체비평 경연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만 저만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닙니다. 일단 기존의 정략적 매체비평 틀이 아직까지도 공공히 자리잡고 있고, 새로운 매체비평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20대들에게 응모에 동참시키는 작업이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공고문에서 매우 구체적인 주제를 예시로 열거해놓았는데, 예시 자체가 어렵다는 문의가 들어옵니다. 어찌보면 언론시장 현황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20대들에게 기성 언론인의 책임을 모두 전가해버린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30대 동료 언론인들에게 자주 물어봅니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계속 언론인으로 남아있을 확신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지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제가 아는 30대 언론인 중 단 한 명도 “그렇다”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신문과 방송, 기성 언론시장은 모두 위기

    신문시장은 노무현 정권이 시작한 포털 권력화와 무료신문 방치 정책 탓에 매년 하락하고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이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정책 이전에 기성 언론인들이 일치단결하여 신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조를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신문은 각 정치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의 터전이 말라가고 있는 현실을 바꿔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 전략에 대해서는 기성 언론인들의 이해도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포털 권력화를 통한 신문 죽이기의 첨병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이나 사이버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들입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신문시장에 비해 여전히 철밥그릇을 유지하고 있으나, 종편 신설과 웹하드라는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지상파 방송3사 직원들이 고액의 연봉을 누리고 있는 것은 3사 독점 체제와, 외주제작사의 이권을 강탈한 측면이 큽니다.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종편이 신설되면 종편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지상파 3사의 독점 체제는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지상파 3사로부터 착취당해온 외주제작사와 독립PD들은 종편을 기회로 잃었던 자신들의 정당한 이권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종편은 드라마와 예능 등에서의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외주제작사의 요청을 들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지상파 3사라고 천년 만년 편하게 언론 생활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웹하드는 방송체제 전체를 흔들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역시 노무현 정권의 불법 저작물과 음란물 방치 정책 탓에 시장이 블랙마켓 수준으로 혼탁해졌으나, 제가 회장으로 있는 콘텐츠유통협회의 합법화 정책이 성공하게 되면 전혀 다른 상황을 맞게 됩니다. 지금은 웹하드의 파일 서비스를 주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용하지만, 웹하드 합법 시, 당연히 삼성,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웹TV 시장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이미 20대와 30대 그리고 10대는 웹하드를 이용하여 영상물을 보는데 익숙한 세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하드가 웹TV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기존의 방송 채널권은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웹하드 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콘텐츠유통기업협회는 저를 비롯한 언론인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방송 및 제작사들과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래도 일단 파일 다운로드 서비스는 웹하드로 천하통일 되겠지요. 그러면서 IPTV 시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완전 오픈형 웹하드는 폐쇄형인 IPTV보다 더 우수한 플랫폼입니다. 웹하드를 웹TV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IPTV를 신청해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칫하면 IPTV는 씨티폰처럼 사라지는 수도 있습니다.

    실시간 방송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미 네이버는 각 방송사의 야구 중계를 네이버 플랫폼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야구 마니아들은 TV를 켜지 않고 네이버에 접속하여 MBC의 야구중계를 쌍방향 소통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야구중계에 성공했는데, 드라마, 뉴스, 시사프로그램 실시간 서비스를 하지 않아야 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된다면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방송사는 의미가 있지만 프로그램 송출자로서의 방송사는 무의미해집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방송사, 네이버 등 포털, 웹하드 등의 플랫폼을 알아서 선택할 뿐이지요. 이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방송 플랫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여러분들이 2-3년 공부해서 방송사든 신문사든 언론인으로 입사한다고 칩시다. 언론시장의 앞날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자 본연의 역할만 충실히 할 수 있겠습니까? 한겨레신문의 신기섭 논설위원은 최근 과도하게 상업주의로 흐르는 언론계 흐름을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언론이 선정적 기사를 남발하며 상업주의로 가는 이유가, 돈을 더 벌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라는 데 있습니다. 언론사 경영이 위험하면 그 어떤 언론인도 정론을 펼칠 수 없습니다. 회사가 무너지고 있으면 회사를 살리기 위해 광고성 기사든 협찬성 기사든 다 해야합니다.

    저는 대학시절 서울대 신문학과 박명진 교수의 언론특강 과목을 수강한 적 있습니다. 당시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등등 유력 언론사의 경영진이 강사로 초청되었습니다. 경영진들은 예비 언론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영진의 고민을 솔직히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20대들이 언론사에 입사했을 경우 자신의 회사의 경영 문제를 고민할 기회는 별로 없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사건 속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배우는데 전념하게 됩니다.

    저는 왜 언론사 내에서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경영진보다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는 20대와 30대들의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이 안 되는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20대와 30대라고 해서 반드시 더 나은 정책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의 원칙과 큰 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트위터, 소셜 미디어 등 잡기술을 과대포장하여 언론의 방향을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위험도 있습니다. 저는 언론사 경영진들을 자문해주는 사이버 전문가들을 그런 사람들이라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식과 논의의 장입니다. 20대 언론인 지망생들은 사회의 핵심을 짚는 날카로운 기사와 칼럼을 쓰겠다는 공적인 의지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충 다른 직업보다 기자가 더 멋있어 보여서 지망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언론 환경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성취하기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좋은 기사를 쓰기도 어렵고 언론인로서 사회적으로 대우를 받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언론인이 되기 전에 일단 이런 상황을 명확히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꾸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겠지요.

    대한미국의 루퍼트 머독이 되려는 20대 언론인 지망생은 없는가

    저는 후배 기자들 앞에서 “대한민국의 루퍼트 머독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최근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이 늘다보니, 정치적 칼럼을 쓰는 논객으로서 “정치판에 진출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자주 받기 때문입니다. 저의 답은 세계 언론시장을 움직이는 루퍼트 머독이 되고 싶겠냐, 아니면 일국의 국회의원이 되고 싶겠냐는 것입니다. 루퍼트 머독이 괜찮은 경영자인지 아닌지, 실제로 루퍼트머독과 같은 미디어기업을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다수의 언론학자들이 두 손 들어버린 미디어 시장에서 작은 비전을 하나 찾고, 이 비전을 통해 큰 시장을 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이런 비전과 가능성을 찾을 수 없다면 오히려 20대야말로 언론계로 진입하면 안 되는 것이고, 책임있는 기성 언론인이라면 결사적으로 20대를 설득하여 다른 직업을 찾도록 해주어야지요. 저희가 20대 대상 매체비평 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비전과 가능성을 충분히 제시해줄 수 있고, 20대야말로 이를 직접 실천해야 하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20대 여러분들의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하기 위해 수상자를 50명 이상으로 대폭 늘였습니다. 시상식 때 만나서 여러분이 제시한 매체 발전 방안을 놓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변희재 /객원논설위원, 미디어워치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