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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신문법ㆍ방송법 등의 가결을 선포한 행위가 야당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 결정이 나온 뒤에도 국회의장이 아무런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회의원의 권한이 다시 침해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국회의장의 부작위로 법률안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됐다'며 민주당ㆍ창조한국당ㆍ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 85명이 낸 권한쟁의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4(각하) 대 1(기각) 대 4(인용)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관여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번 사건은 각하 의견이 과반수를 넘지 못해 본안심리에 들어갔는데 신청을 받아들인다는 의견도 전체의 과반수에 미달해 결국 기각됐다.
이번 결정의 취지는 헌재가 미디어법을 둘러싼 1차 권한쟁의 심판에서 국회의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된 점은 인정했지만 가결 선포 자체는 유효하다고 결정한 이상 국회의장이 적극적인 후속 조치까지 취해야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이공현,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은 "헌재가 권한 침해만을 확인하고 그 원인 처분의 무효 확인이나 취소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종전 결정의 기속력(구속력ㆍ효력)으로 국회의장에게 종전 권한침해 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적극적 조치를 취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김종대 재판관은 "국회의장은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헌재가 명시한 위헌ㆍ위법성을 제거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한다"며 본안 심리는 해야 한다고 봤지만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에 내재하는 위헌ㆍ위법성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이라는 이유로 기각 의견을 냈다.
반면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 재판관은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종전 심의ㆍ표결 절차의 위법성을 제거하고 침해된 국회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회복시켜줄 의무를 부담한다"며 "국회가 심의ㆍ표결권 침해 상태를 존속시키고 있으므로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강국 헌재소장은 "국회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자율적으로 위헌ㆍ위법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국회의 자율을 강조하면서도 "국회의장은 그러한 작위(作爲.일정 행위를 하는 것) 의무를 불이행했을 뿐 아니라 작위 의무의 존재를 적극 다투고 있으므로 청구는 인용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야당 의원 93명이 국회의장의 신문법 등 미디어법 가결선포 행위는 야당 의원의 심의ㆍ표결권을 침해했다는 권한쟁의 심판 청구 사건에서 "야당의원의 권한 침해는 인정된다"면서도 법률안 가결선포 행위의 무효확인 청구는 기각했고 신문법 등은 작년 11월1일 시행됐다.
이에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창조한국당 의원 86명은 헌재가 국회의원의 권한 침해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음에도 국회의장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12월 다시 권한쟁의심판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