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세지는 좌파진영의 ‘오세훈 때리기’, 그러나 맞으면 맞을수록 더 커지는 오세훈
     민주당 무상급식 주장에 강경 맞대응한 오세훈 ‘승부수’ 먹혔나

    무상급식 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뛰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18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오 시장은 박근혜 전 대표(36.0%)에 이어 10.7%를 얻으며 ‘차기 대권주자 적합 인물’ 2위로 뛰어 올랐다. 지난해 12월27일에 동일한 질문으로 실시한 조사결과(5.5%, 5위)보다 무려 5.2p% 뛰어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오 시장은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지난 조사(8.1%)보다 두 배 뛰어 오른 16.2%의 지지율을 얻었다. 서울권 응답자들로부터는 지난달 10.5%에서 2.7%p 상승한 13.2%의 지지를 끌어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민주당 무상급식 전면실시 주장에 강경드라이브로 맞대응한 오 시장의 ‘승부수’가 먹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지율 상승이 친노좌파 언론매체와 야당이 단일대오전선을 유지하며 오세훈 시장에게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야당이 때릴수록 무상시리즈 전선에서 오 시장의 존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 “여론 흐름 인정하고 쓸데없는 고집 버려라”?

     한겨레는 20일자 사설로 주민투표로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막겠다고 나선 오세훈 시장을 직접 거론하며 공격했다. ‘오세훈 시장, 이제 그만 고집부려라’라는 제목의 사설은 “일부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주민투표 발의 운동을 떠맡겠다고 나서지만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서울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단체들이 주민투표 발의에 필요한 유권자 42만여명의 서명을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며 “설령 발의 정족수를 채워도 실제 투표율 33.3%를 넘겨야 하는 조항 때문에 주민투표의 유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유효투표율을 넘기더라도 무상급식 반대 안건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연초 신년 연설에서 무상급식 등을 주장하는 야당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 영감을 얻은 듯 무상급식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치자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러다가 야당도 아닌 한나라당의 부정적인 기류에 부닥쳐 진퇴유곡의 처지에 빠졌다. 이런 상황은 이 대통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를 무리하게 밑어붙이다가 한나라당의 반발에 부닥친 것을 연상시킨다. 국가행정의 주요 책임자인 대통령과 서울시장 등이 비슷하게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은 그렇게 좋은 모습이 아니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문제는 시민 여론과 대의명분, 정치적 현실 등 모든 측면에서 이미 부당성이 판가름났다. 주민투표는 아무런 타당성이 없으며 시정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라며 “오 시장은 너무나 뻔한 여론 흐름을 빨리 인정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가 모든 면에서 부당성이 판가름 났다는 한겨레의 주장은 현실과 사뭇 다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상급식 찬반 질문에는 찬성이 57.1%로 반대(38.3%)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무상급식 범위를 놓고 한 조사에서는 ‘저소득층부터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해야한다’는 응답이 62.3%로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34.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즉 무상급식엔 찬성 하지만 전면 급식보다는 선별적인 무상급식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오 시장의 ‘선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진보신당 “대권 주자 몸값 높이려는 왜곡된 욕심”

     친노좌파 인터넷 매체들의 파상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오세훈 시장을 향해 ‘다섯 살 짜리 이해하기’ ‘5세 훈이’ 등의 저급한 별칭을 붙여가며 비난 수위를 높인 홍종학 경원대 교수의 글을 실었다. 홍 교수는 칼럼을 통해 “다섯 살짜리의 행동 뒤에는 그의 관념을 지배하는 환경이 있다. 그 환경이 다섯 살짜리의 행동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섯 살짜리는 다른 세상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험한 욕을 해 대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알 수 없다”면서 “오 시장이 지금까지 접해 온 정보, 그가 보는 신문, 그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과연 무상급식의 의미를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을까? 그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것을 볼 여유는 없다. 오시장 뒤에는 그의 관념을 지배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의 무상급식 전면실시 반대를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짜리 아이의 시각쯤으로 치부한 것이다. 더불어 무상급식 전면실시 반대에 찬성하는 국민도 졸지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된 셈이다.
     무상급식이 아닌 다른 문제로 ‘오세훈 죽이기’에 힘을 보태는 보도행태도 보인다. 뷰스앤뉴스는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한강예술섬 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아 오 시장이 한 특강에서 기금 모금 의사를 밝히자 ‘황당 오세훈 “시민 모금으로 한강예술섬 짓겠다”’ ‘서울 1천만 시민 4만원씩 내야 가능, “시민들은 하루하루 힘든데”’라는 선동적 제목을 붙여 오 시장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한편 야당의 오세훈 때리기도 거세다. 오 시장이 18일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에 대한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하자 진보신당은 즉각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심재옥 진보신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 제소감도 안 되는 무상급식조례를 기어이 대법원에 제소하고야 마는 오 시장의 자충수가 안타까울 뿐”이라며 “말도 안 되는 제소 논리로 서울시 행정력을 낭비하고 정치적 야욕만 앞세우는 사람이 서울시장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자니 여론도 나쁘고 현실 가능성 없고, 그냥 무상급식조례를 받아들이자니 그동안의 몽니가 부끄러운 진퇴양난의 곤란한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면서 “아이들에게 차별의 밥을 먹이지 말자는 시민들과 대립하면서 대권 주자 몸값을 높이려는 왜곡된 욕심” “무상급식조례를 인정할 수 없다면 대법원 제소로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사퇴하는 것이 시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라고 맹비난했다.

    오세훈 “무상급식 전선은 ‘낙동강 전선’”

     이렇듯 친노좌파 언론과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전선 수호에 피치를 올리고 있다. 오 시장은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광역단체장 간담회에서 “시의회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주민청구 방식으로 간다”며 “주민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적극 협조·지원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무상급식 전선은 사실상 ‘낙동강 전선’이며, 여기에서 밀리면 부산까지 간다”면서 “6.25전쟁 때 낙동강 전선은 이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겨야 하기 때문에 화력을 집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라고 생각하지만 힘을 모아 달라”며 “함께 싸우지는 못할망정 혹시 다른 생각이 있어도 당을 위해서 싸우는, 특히 당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지자체장이 힘이 빠지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주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진 오세훈의 싸움이 당 차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웹진 다요기 박한명 대표는 “계속해서 야당과 친노좌파 언론의 융단폭격을 맞으면서도 오세훈 시장이 건재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무상시리즈의 허구가 드러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며 “무상급식 전투는 오세훈 개인으로서도 투사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기회일 뿐만 아니라 김문수 지사 등 타 경쟁후보들을 자극해 친이계 전체의 분발을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워치/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