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 하락이 심상치않다. 각 증권사와 금융기관, 연구소 등은 올해 안에 9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환율 900원 시대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많다.

    원ㆍ달러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원화 강세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수출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의 환율 대응력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환율 하락은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금년내 환율 900원대 가능"

    전문가들은 원ㆍ달러 환율의 1,000원선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부채위기와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달러화의 가치 하락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부채위기는 근본적으로는 미국 신뢰성의 문제다. 따라서 기조적으로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원화가 강세가 된다. 단기적으로 미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 시장으로부터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올라갈 수 있으나 결국은 내려가는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미국의 위기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 채권을 사들이는 추세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한국의 금융당국은 물가안정을 위해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국제ㆍ거시금융실 부실장은 "원화 강세 흐름이 유지돼 올해 하반기에는 1,000원대 초반 또는 90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김한수 국제통상실장은 "연말 환율은 1,020원으로 보고 있는데 1,000원 선이 무너질 수 있어 무서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유럽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의 긴축 가능성도 있어 원화 강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원화가 어느 정도 절상되면 좋지만 너무 심하면 외화 수지 측면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900원대에 내려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00원대 정착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올해 안에 일시적으로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1,000원 아래로 완전히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지만 일시적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있다"고 말했다.

    ◇"내년 900원대 정착 가능성"

    내년에도 유럽, 미국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율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적지않은 전문가들이 내년에는 환율이 900원대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평균 환율로 960원을 제시했다. 분기별로는 올해 4분기 1,020원에서 내년 1분기 1,000원, 2분기 990원, 3분기 975원, 4분기 960원 등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말 1,020원 전후에서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한 LG경제연구원은 외국인들의 국내 금융자산 선호가 이어져 내년에는 환율이 수십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에는 1,000원까지, 내년 연말에는 95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윤석 부실장은 "원화 강세 추세는 연초보다 더 강화되고 있다. 세계 경기가 크게 둔화하지 않는 한 원화 강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은 "미국이 통화를 긴축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원화는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직 900원대는 시기상조"

    환율 하락 기조에는 대다수 기관과 전문가들이 공감했지만 9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애초 올 연말 원·달러 환율을 1,040원으로 예상했던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1,030원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1,000원선은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연말 1,030원, 내년 6월 1,010원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12개월 내 원·달러 환율을 1,010원으로 예상했다. 애초 1,040원으로 전망했지만 국제수지흑자 증가 가능성과 정부 정책 방향 등을 고려해 낮췄다.

    이진일 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부 차장은 "글로벌 달러 약세 추세는 유효하겠지만 1,000원선이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며 "1,020원~1,030원까지 점진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하락에 대한 반발로 달러 강세장이 올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지만 수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올해 4분기에 1,100원선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은 최근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40원을 저점으로 상승해 12월 1,070원, 내년 3월 1,050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 환율하락, 수출기업에 타격

    환율하락은 물가 안정에는 긍정적이지만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떨어트린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실장은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과거보다 환율의 민감도는 떨어졌지만 대체로 기업들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계기업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배상근 본부장은 "환율하락 영향은 기업 규모, 업종별로 다르다"며 "대기업들은 환 헤지를 해놨지만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소기업계는 환율 하락에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수출 중소기업 29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 환율은 평균 1,118.6원이라는 답변이 나왔다면서 환율의 안정적 운용을 당국에 건의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환율에 의존하기보다는 `기본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실장은 "환율불안 해결책은 실력을 키우는 것밖에 없다. 기업체질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