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파,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선호재계 "과세 자체 반대"..정부 "각 방안 살펴서 8월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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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연구원이 5일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익에 대한 과세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정부가 검토 중인 5가지 과세방안을 두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발표자인 한상국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과세 ▲물량 몰아주기를 한 특수관계기업에 대한 손금불산입 등 5개 방안을 제시했다.
이 5개 방안은 정부가 이달 말 세법개정안에 담는 것을 목표로 최종검토 중인 방안들과 일치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1개 방안을 선정할 방침이다.
이날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찬성하는 토론자들은 대체로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방안을 선호했으나, 반대론자들은 위헌 소지와 중복과세 가능성, 주식가치 상승분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부분을 산정하는 방식의 어려움 등을 들며 과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정부, 특정방안에 무게 안둬..`신중 모드'
발표자인 한 교수는 5개 방안의 장단점과 법리적 논란 가능성 등을 소개한 뒤 어느 방안이 더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5가지 방안 외에 다른 방안도 나올 수 있으며 5개 방안 중에 우선순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은 효과는 크되 조세저항이라는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안을 도출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측 대표로 참석한 김형돈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 역시 어느 특정 방안에 무게를 두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의 통상적인 폐해 등을 감안할 때 이런 행위를 변칙적 증여행위로 보고 있으며 과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과세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상당한 연구와 검토를 거쳤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내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김 정책관은 이어 한 교수가 제시한 각 방안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증여세, 소득세, 법인세 과세방안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심도 있게 살피고 방안을 확정하더라도 단점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과세방안에 대해선 "8월 세재개편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찬반양론과 법리적 문제에 대한 논쟁이 시종일관 팽팽히 이어졌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최영태 소장은 증여세 논리만으로는 과세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중과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기업의 반발이 심하고 논리구성도 어렵다"며 "증여세로 과세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이어 "현재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이 20~30% 정도인데 이를 50% 정도로 올려야 한다"며 "주식양도차익이 실현될 때 과세가 이뤄져 과세가 이연될 수 있으므로 선(先)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목에 `우발이득세'(windfall profit tax)를 신설해 증여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증여는 아니지만 너무 많은 부가 자녀에게 이전된 것은 우발이득세를 매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세안에 찬성하고,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현재 대기업들의 물량 몰아주기는 도가 지나치지만, 기존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증여세 부과를 주장했다.
이 교수는 "5개 안 중 주식가치 상승분 증여세 과세가 가장 타당하다"며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주식가치 상승분에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의한 상승분을 공제하는 기술적 장치를 잘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04년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시점부터 소급 과세할 수 있다는 한 교수의 방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 개정 시점 이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여의 정의를 확대할 것도 주장했다. 그는 "정상가격이지만 기업간 거래로 포장해 물량을 많이 몰아줘 부의 이전을 하는 것도 증여로 규정해야 한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등을 원용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재계 "과세 반대..기존 제도 활용해도 충분히 제재"
재계 측 참석자들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자체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기존의 공정거래법 조항을 활용해도 충분히 과도한 물량 몰아주기를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특수관계자 간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시가거래를 단순히 물량이 많다고 증여로 간주해 과세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소급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2004년에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됐다고 해서 소급 과세한다면 조세법률주의와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물량 몰아주기의 부작용 해소를 조세제도 측면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기존의 다양한 규제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일감 몰아주기가 규모의 경제 차원에서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현행법에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수단이) 어느 정도 있는 상황에서 추가 과세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안에 대해 주가 등락에서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부분과 다른 요인들로 인한 부분을 구분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마다 과세를 하는 방안이 제시됐는데 주식을 팔고 소득이 늘어난 다음에 과세한다면 몰라도 이익이 실현되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절절치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식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운 비상장법인의 주가에 대한 평가 문제 등 기술적 난점도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는 "찬성하는 분들은 주식가치 상승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법거래법으로 규제하면 되므로 과세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분위기상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너무 많다"며 "경영권 상속 문제에 대해 좀 더 관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