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상의 "기준모호..현행법으로 제재 가능"대기업 "마녀사냥식 발상" 반발 또는 "유구무언"中企 "시장 간섭 아닌 공정경쟁 여건 조성 노력"
  • 재계는 5일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과 관련해 대상, 요건, 방안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목적의 경영상 판단에 과세한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수관계에 일감을 몰아준 것을 문제 삼는다고 하지만 특수관계를 규정하는 기준도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사후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 현행 법령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상법에 '회사기회'를 특정인에게 몰아주면 이사가 책임을 지고 벌금을 내도록 하는 규정이 있고, 공정거래법으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할 수 있다"며 "기존 제도로도 일감 몰아주기를 막을 수 있는데 정부가 사후에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현실감 없는 마녀사냥식 발상"이라며 "어느 회사든 일감을 관계사에 몰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수직계열화는 효율성과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한 경영 선택인데 이에 대해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우선적 과세 대상으로 지목된 기업들은 대부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SDS 지분이 거론될 수 있겠지만, 이 회사의 영업이익 자체가 크지 않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전산은 회사 보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계열사에 맡기는 것인데,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로 2조원 이상 이익을 본 것으로 지목되는 현대차는 아예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이 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세제 개편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SK C&C를 통해 수익을 거둔 SK 측은 "확정되지 않은 검토 중인 방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롯데도 "정부 정책을 놓고 뭐라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일감 몰아주기로 이준용 명예회장과 이해욱 부회장이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대림산업 측도 아직 과세 방식과 대상 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의 전반적 취지에 공감하지만, 과세 기준 등에는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그룹 관계자는 "세부적 기준 등은 이견이 많은 만큼 명확성과 객관성을 근거로 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제가 됐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업체의 사례만 보더라도 대기업 계열사와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정부의 이번 방침은 시장에 대한 간섭이라기보다는 최소한의 공정경쟁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영유하던 업종에 대기업이 무차별로 진출하는 것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라며 "편법증여 등 불공정 행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