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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민간기업이 정치권의 압력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걸까. 지난 주말 귀국한 조남호 회장은 10일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한진중공업 사태 수습을 위해 지금까지 노사갈등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준의 '통 큰 대책'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주말 조용히 귀국한 조 회장은 10일 오전 10시30분 부산시청에서 '한진중공업이 부산을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라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한진중공업 노사분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정리해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94명에 대한 지원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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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은 호소문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난 파열음으로 부산시민과 영도구민,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세계경제 위기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지난 3년여간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인적 구조조정은 회상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저희의 고통의 과정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지면서 오해와 불신, 갈등을 증폭시켜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이끄는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회사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를 위해 지금까지 정리해고를 거부하는 노조원 94명과 희망퇴직자들을 지원할 대책도 밝혔다.
조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3년 이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가족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며 퇴직자 재고용을 약속했다.
희망퇴직자들에 대한 지원도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조 회장은 "회사를 떠난 분들에 대해 가능한 모든 부분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예우를 최대한 갖출 것"이라며 "306명의 희망퇴직자에 대해서는 자녀 2명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회사 측은 "여기에는 현재 자녀가 학생이거나 미취학아동인 퇴직자뿐만 아니라 미혼 퇴직자들의 자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또한 장기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를 위해 "매년 경영성과에 따른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도 지역주민을 위한 발전기금 조성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조 회장은 민노총과 좌파 진영의 '부산 영도 조선소 폐쇄 음모론'에 대해서는 "영도조선소는 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소로, 우리나라 조선업의 상징이자 역사"라며 "한진중공업이 영도조선소를 포기하거나 부산 영도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조 회장은 "필리핀 수빅 진출은 한진중공업의 경쟁력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며 "만일 수빅이 없었더라면 영도조선소 또한 존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좌파 진영이 '도피'라고 주장했던 해외출장에 대해서도 "영도조선소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가장 중요한 일감 확보를 위해 단 한 척의 배라도 더 수주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본의 아니게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야기시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노총과 좌파 진영, 야5당 정치인들의 정리해고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체질 개선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라는 것은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라며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다.
'희망버스' 등 외부세력 개입에 대해서도 "불법적 압력에 의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일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조 회장은 이날 대국민호소문 발표에 앞서 부산 모처에서 허남식 부산시장과 조찬을 함께 하고 회사 정상화 및 퇴직자 재취업을 위한 부산시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조 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후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찾아 회사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영도조선소를 찾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임직원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회사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남호 회장은 17일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이정희 민노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 의원 등의 '압박'이 이어지자 급히 귀국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