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 8.15경축사 '공생발전' 화두 주목경제단체·재계 "공감, 동참"..'긴장' 관측도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8.15 경축사'에서 '공생발전'(Ecosystemic development)을 새로운 화두로 내놓으면서 향후 대기업 역할론과 책임론이 한층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올해 가을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 결과 공개와 내년 1분기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성적표 발표에 맞물려 소위 '대기업 때리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주요 경제단체와 대기업들은 겉으로는 공생발전 화두에 공감을 '합창'하며 정부의 정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재계는 특히 이 대통령이 이날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의 모델이 요구된다고 말한 데 주목하고 있다.

    종전보다 강한 톤으로 대기업들에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면서 작금의 불투명한 경제성장 활로를 뚫을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 정부 '동반성장•일자리 창출'에 초점..'대기업 견제'도 = 동반성장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동반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세부대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경부는 특히 윤리경영과 자본의 책임을 강조하고 상생번영으로 진화하는 시장경제의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 관심을 표시했다.

    이 대목이 공정사회 또는 동반성장의 '2.0 버전'으로 해석될 수 있는 공생발전의 중핵을 이루는 개념이어서다.

    당장 실물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중경 지경부 장관의 대기업 역할론 발언이 앞으로 강도가 세지고 빈번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현장 방문을 늘리면서 수시로 필요한 메시지를 공표하는 양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장관은 진작부터 청와대와 코드를 맞춰 "동반성장은 생태계 번영과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대기업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해 왔다.

     "동반성장은 필수"라는 대기업 오너들의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거나 납품단가 인하를 인사고과 평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또 대기업 경영진의 높은 연봉 이슈를 상기하거나 대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더욱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또 다른 포퓰리즘인 대기업 때리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경부는 이와 함께 민간 주도의 동반성장위원회와 호흡을 맞춰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 선정과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성적평가 작업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아울러 실물 현장의 동반성장 애로를 찾아내 해결책을 찾고 각 기업의 동반성장 모범사례를 발굴해 널리 전파하는 작업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동반성장위의 향후 지수 평가때 공생발전에 힘쓴 대기업들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그렇지 않은 대기업들에는 박한 점수를 주도록 유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고졸 취업 확대와 선(先)취업-후(後)진학에 일단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기업들의 고졸 출신 취업 확대를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고 마이스터•특성화고에 대한 학비 지원과 산학 연계를 바탕으로 선취업-후진학의 기회를 넓혀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경부는 이미 고교 출신 채용을 확대하기 시작한 산하기관과 공기업들에 그런 흐름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선취업-후진학이 활발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도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기업들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촉구하고 그것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것과 병행해서다.

    ◇ 재계 "공감, 동참" 발언 속 내심 긴장 =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는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을 위한 동반성장 전략'에 공감을 표시하며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 이익단체들로서는 향후 대기업 견제가 어느 정도 심화할지에 안테나를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중소기업계에서는 정부가 과연 공생발전과 동반성장 정책을 얼마나 내실있게 추진할 것인지 를 궁금해 할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왔다.

    전경련은 논평에서 "경제계는 공생발전 등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투자 확대 및 고용창출에 노력을 다하고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한 것을 환영한다"며 "FTA가 국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송재희 상근부회장은 "공생발전이라는 틀 안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보호 정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같은 여러 다양한 동반성장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맞춰 그동안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은 그동안 내수 활성화를 위해 여름휴가와 추석에 맞춰 재래시장상품권과 국내관광상품권 1천억원 어치를 풀었고, 삼성전자[005930]가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려 기술개발기금으로 1천억원을 상생펀드 형식이 아니라 출연 형식으로 내놨다.

    또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사업에서 손을 완전히 떼려 계열 아이마켓코리아[122900](IMK)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고 미소금융을 활성화하고자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금융계열사 사장단이 현장 홍보를 하는가 하면 연말까지 400억원을 추가 출연해 600억원인 출연금을 1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강조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이 지금까지 '변수'였다면 앞으로는 '상수'가 될 것이라며 9월 내년 경영계획을 짤 때도 이 부분이 충분히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중소 협력사와 동반성장을 위해 올해 계획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향후 1년간 협력사에 4천200억여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1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없이는 대기업의 성장이 있을 수 없는 만큼 협력사의 수출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동반성장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협력회사 연구•개발(R&D)에 5년간 1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지난 4월의 동반성장 협약을 차질없이 진행해 이들 회사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줄 방침이다.

    구본무 회장도 "협력사 동반성장 없이는 LG의 경쟁력 향상도 불가능하다. 갑을 관계라는 낡은 생각을 버리고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파트너로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라"고 당부한 바 있다.

    LG는 최근 이슈가 된 MRO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그 방향에 맞춰 MRO 업체인 서브원의 지배 및 경영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SK그룹은 2004년부터 경영목표를 '이윤추구'가 아닌 '사회구성원의 행복추구'로 삼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을 해왔다고 자부하는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행복경영'을 실천해나갈 계획이다.

    SK는 2005년부터 '행복도시락', '행복한 학교' 등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현재까지 모두 76개의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에는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 형태로 바꾸기로 해 눈길을 끌었었다.

    SK 관계자는 "SK그룹은 사회적 기업 지원 등을 통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6천여개의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냈다"며 향후 공생발전 정신에 들어맞는 다각도의 대책을 실행할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