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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이승엽 (35·오릭스 버팔로스) 이 내년부터 한국 그라운드로 복귀하면서 프로야구 FA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승엽은 최고의 흥행카드이다. 그의 이름이 던지는 무게감은 김태균과 이범호등 일본에서 같이 뛰다 한발 앞서 국내로 회귀한 타자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홈런포를 쏘아올리던 당시 대구 홈경기뿐만 아니라 원정경기에도 구름관중이 몰려들었다. 홈런 볼을 잡기 위해 외야 펜스에 잠자리채를 들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모습은 아직도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다.
이는 성적으로도 증명된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던 이승엽은 국내에서 활약한 9년동안 통산 타율 3할5리에 324홈런 948타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승엽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홈런이다. 일본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3년 세계 최연소 300홈런 (26세 10개월 4일)을 찍은데 이어 그해 56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단일 시즌 국내 최다 홈런 기록이자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듬해 지바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 무대에 입성한 이승엽은 적응기였던 첫해에는 타율 2할4푼 14홈런 50타점에 그쳤다.
자존심이 상한 이승엽은 2005년 정규 시즌에서 30홈런을 터뜨리며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그해 한신 타이거스와 벌인 일본시리즈에서는 타율 5할4푼3리 3홈런 6타점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2006년 일본 프로야구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로 이적한 이승엽은 14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3리 41홈런 108타점으로 대폭발했다. 그의 활약상에 반한 요미우리는 외국인 용병에게는 파격적인 4년 계약을 제의했다.
2007년 13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4리 30홈런 74타점을 올린 이승엽은 그러나 시즌 직후 받은 엄지 수술의 후유증으로 하락세를 걸어갔다. 올시즌 유니폼을 새로 갈아입고 명예회복을 노렸던 오릭스에서도 12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1리 15홈런 51타점이라는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이승엽이 일본 생활 8년 동안 남긴 성적표는 타율 2할5푼7리 (2,668타수686안타) 와 159 홈런, 439 타점이다. 모두 797경기에 출전했다.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데다 30대 중반의 적지않은 나이까지 겹쳤지만 이승엽의 기량이라면 국내에서 두자릿 수 홈런은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 고전하다 한국으로 복귀한 이범호(KIA) 와 이병규(LG) 등 유턴파들이 올 시즌 모두 3할-15홈런-70타점을 넘기는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당장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 경신도 본격적으로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기존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은 지난해 은퇴한 양준혁의 351홈런이다. 국내무대에서 324홈런을 기록했던 이승엽이 복귀 첫해에 28홈런을 터뜨린다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시즌 평균 홈런이 36개인 이승엽이라면 기록 경신은 단지 시간 문제이다.
이승엽이 복귀할 팀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친정팀인 삼성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90% 이다. 그는 일본에서 입버릇처럼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삼성에서 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삼성은 한국 시리즈가 끝난후 내부 검토를 거쳐 이승엽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으로선 통산 324홈런, 한 시즌 최다 홈런 (56개·2003년) 기록을 세우며 국민 타자로 이름을 날린 연고지 스타 이승엽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삼성이 아닌 다른 구단이 이승엽을 데려가려면 부담이 크다. FA 보상 규정에 따라 최대 28억3500만원을 삼성에 줘야 한다. 이승엽의 새 계약금과 연봉까지 고려하면 40억원 안팎의 거액이 필요하므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600만 관중의 벽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가 700만, 800만을 넘어 꿈의 1000만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흥행 요소들이 필요하다. 치열한 순위 다툼과 야구장의 환경 개선, 팀 수의 증가 등도 필요하지만 확실한 스타플레이어의 등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의 복귀는 국내 프로야구 흥행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