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 재정' 기조 전환…하반기 추경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R&D 등 정부 예산안 칼질 나서검경 특수활동비 삭감 등에 수사 보복 비판도 이재명 간판 정책 '지역화폐'는 2조 새로 반영
  • ▲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예산안 등 조정소위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예산안 등 조정소위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 재정을 마중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로 추경 편성 요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 사업을 꺼내들며 확장 재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확장 재정보다 정부의 손발을 묶는 예산 삭감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몽니가 거세져 내년도 예산안도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 거대 야당 '세 과시'용 예산안 의결 

    임기 전반부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도 내년 초 추경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하반기 추경 편성 가능성은 열어뒀다. 임기 후반기 중점 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선언한 만큼 이에 따른 추가 재원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이 이어지고 있어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예산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는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연구개발(R&D), 공적 개발 원조(ODA)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재명표 예산'으로 꼽히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단일 항목 중 가장 크게 증액됐다. 국책연구원도 경제적 순효과가 사실상 없다는 의견을 냈던 만큼 '세 과시'용 예산안 의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 심사 과정에서 13조원 넘게 불어났다. 현재 국회 17개 상임위별로 예비심사가 막바지 단계다. 정부 긴축재정 기조에도 지역구 챙기기·선심성 예산은 불어난 반면 R&D 등 미래 성장동력 예산은 삭감했다. 현행법상 국회가 증액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동의가 필요해  최종 확정된 예산은 아니나, 예산안 처리에서 진통이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정권에서 탈원전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예결특위 소위 심사에서 원전 예산 칼질에 나섰다. 앞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심사에서는 여야 이견없이 정부가 제출한 2139억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1500억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329억2000만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112억 800만원),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35억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산업(55억800만원) 등이다. 

    여야 합의 처리된 이 예산안이 예결특위로 넘어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결특위에서 원전 생태계 지원사업을 500억원 감액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원전 분야 부실기업 지원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 사업은 원전 중소·중견기업에 시설·운전자금을 저금리 융자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 원전 예산에 어깃장을 놓은 여당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은 1650억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문재인 정권이 강력하게 추진한 대표적 정책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원자력 예산 삭감 강행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SMR 제작 지원센터 구축 사업 예산도 타깃으로 삼았다. 거대 의석수를 앞세워 54억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다. SMR R&D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인공지능(AI) 시대로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SMR 등 원자력이 각광받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SMR을 중심으로 한 원전 산업 육성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비춰볼 때 '친원전'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에 어깃장을 부린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심사에서도 차세대 원전 기술인 발전용 소듐냉각고속로(SFR) R&D 예산은 70억원에서 90%가 삭감돼 7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전 카르텔이 모여 결성한 사업"이라며 삭감에 나섰다. 차세대 SMR 상용화 기술 중 하나인 SFR은 사용한 핵연료를 재활용하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어 경제성·지속성·안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 ▲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뉴시스
    ▲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뉴시스
    ◇ 원전 이어 R&D 예산도 줄줄이 감소 

    다른 R&D 예산들도 야당 주도로 축소됐다. 신규 편성됐던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 예산은 370억원에서 4억원이 삭감됐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지원 R&D 예산 35억원도 3억원 감액됐다. AI 클라우딩 신기술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제로트러스트 신 보안체계 실증 확산 예산 역시 206억원에서 130억원 감액됐다.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인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예산 역시 예결특위에서 전액 삭감 대상에 올랐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 505억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전액 삭감 후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업 추진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나, 더불어민주당은 사업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산의 전액 삭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공적개발원조(ODA) 내년도 예산을 6조7000억원으로 확대해 긴급 구호와 식량원조 지원을 통해 글로벌 현안 해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쟁점이 됐다. 허영 민주당 예산결산정책조정위원장은 대폭 감액을 예고하기도 했다.

    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에서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80억원, 특정업무경비 506억원을 전액 삭감했고 행정안전위도 경찰청 특활비 31억6000만원과 기본경비 예산 1억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국회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전액, 특정업무경비 1억5000만원을 일부 감액했다. 이를 두고 이 대표 검찰 수사에 따른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 증액에는 적극적이다. 행정안전위 예산심사소위는 내년도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을 2조원 증액했다. 이는 예비심사를 마친 예산 중 단일 항목으로 가장 큰 증액 규모다. 앞서 지난 정권에서도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가 경제 활성화나 고용창출 없이 경제적 순손실만 키운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