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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 지원을 요구할 때 ‘퐁당퐁당’ 전략을 썼어요.”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산업포장을 받은 서남신시장 현호종 (44) 상인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 등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 정책을 활용하는 데는 그만의 노하우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가 털어 놓은 퐁당퐁당 전략은 “크고 작은 지원을 순차적으로 받는 것” 이다.
“저희 시장이 2008년 처음 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케이드 사업이에요. 총 40억원이 드는 큰 사업이었죠”라고 현 회장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천장이 완성된 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차장이었어요. 하지만 총 40~50억원이 필요한 사업인데 바로 다음해에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 회장이 택한 것은 ‘주차장’ 지원 요구가 아닌 고객 휴게실이었다.
“40억 지원받아 아케이드를 만들었는데, 바로 주차장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지자체도 난감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8억 6천만원 정도 드는 고객휴게실 설치를 요구했죠”라고 현 회장은 이유를 설명했다.
큰 규모의 지원을 받은 뒤 다음 해에는 ‘한 템포’ 쉬어가는 차원에서 고객 휴게실을 요청한 것이다.
그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무리한 요구를 계속했다면 지자체에서도 지원해주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현 회장은 설명했다.
서남신시장이 위치한 대구 달서구에는 총 28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지자체에서도 일방적으로 서남신시장을 지원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다른 시장들 눈도 있으니⋯ 한해는 큰 지원을 받으면 그 다음엔 작은 것을 요구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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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와 고객휴게실인 ‘쉼터’가 생겨나면서 시장은 고객 편의시설을 갖추게 됐다. 쉼터는 유아놀이방과 도서 대여시설, 개인사물 보관함을 갖춘 38평짜리 공간이다.
고객 밀착형 시장의 완성으로 올해 지원을 약속받은 것이 드디어 주차장 시설이다.
“하지만 현 회장이 무턱대고 지원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 조금씩 물이 새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상인회에서 문제를 해결했다.
“무조건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하면 일일이 다 해줄 수가 없잖아요. 큰 지원도 받는데 이런 작은 부분들은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지요.” 현 회장은 상인회를 주축으로 매월 70만원을 모아 수리가 필요한 부분에 사용했다.
현 회장은 이처럼 사업이 척척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의 도움이 컸다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상인회장 자리가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초반에는 상인들이 현 회장의 의견에 극렬히 반대해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첫 번째 사업인 아케이드 설치 때만해도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다”고 그는 말했다. 그 이유는 아케이드 사업 비용인 40억원 중에서 10%를 시장에서 자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상인들은 170여명. 이들은 점포 규모에 따라 적게는 120만원에서 많게는 2,800만원을 내야 했다.
"상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했어요. 그리고 반대하는 상인들을 경기도나 서울에 아케이드가 설치된 시장으로 데리고 가서 직접 보여주기도 했죠.” 현 회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상인들은 모두 지원에 동의하게 됐다.
사진=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