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3할, 25홈런, 100타점 가능"홈러타자 무덤, 첫해 고전 예상도
  • 이대호의 일본 오릭스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이제 관심은 그의 첫해 예상 성적표에 모아지고 있다.

    국내 야구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대호가 일본야구에서 성공할 것이라는데 한표를 던지고 있다. 근거는 이대호가 그간 일본에 진출했던 선수들과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엽, 김태균, 이범호는 전형적인 거포 스타일이었다. 정교함 보다는 파워를 바탕으로 한방을 터뜨리는 선수들이었다. 반면 이대호는 장타력을 겸비한 교타자 스타일이다. 느린 발 때문에 내야안타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2년 연속 3할6푼4리, 3할5푼7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즉 이대호는 타율도 높으면서 25개 내외의 홈런에 100타점을 올려줄 수 있는 중장거리형 타자인 셈. 현미경식 분석을 하는 일본야구에서 첫해 3할5푼의  타율과 30개 이상의 홈런은 힘들지만 3할 타율, 20개 홈런은 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올 시즌 일본야구에 불어닥친 `공인구 한파` 때문이다. 이승엽이 올 시즌에 기록한 15개의 홈런은 우리로서는 분명 실망스러운 숫자였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퍼시픽리그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이른바 ‘통일구’라 불리는 새 공인구는 기존의 공에 비해 실밥의 폭이 1㎜ 넓고, 실밥의 높이가 0.2㎜ 낮아졌다. 투수로서는 변화구의 각을 키우기가 어렵고 실밥의 높이가 낮아져 타자들은 공을 멀리 날기기가 힘들어졌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홈런 기록은 폭락했다. 2010시즌 일본 프로야구 홈런 수는 1605개였지만 올 시즌 홈런 수는 939개로 무려 41.5%나 줄어들었다.

    한편 이대호와 롯데는 FA 협상 마지막날인 19일 밤 부산의 모처에서 만나 최종 협상을 가졌다. 롯데는 이 자리에서 이대호에게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 + 옵션 20억원)의 파격조건을 제시했다. 2003년 이승엽의 일본 진출 때 삼성이 최대 100억원을 베팅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100억원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다. 롯데의 올해 입장 수입 99억5000만원보다 큰 거금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해외로 나가겠다"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렇다면 절반 또는 절반 이하의 성공 가능성에 의지해 이대호가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려는 속내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이대호는 일본 무대 진출의 이유를 “꿈과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이혜천(32·두산), 이범호(30·KIA), 김태균(29·지바 롯데) 등 앞서 현해탄을 건넜던 선배들이 보여준 ‘밑져야 본전’ 식의 선례 때문이다.

     이범호는 1년 만에, 이혜천과 김태균은 2년, 이병규는 3년 만에 국내로 유턴했다. 그때마다 국내 구단들은 진출 전과 비슷한 몸값으로 계약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KIA 이범호.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던 그는 첫해 1군에서 48경기만 뛰고 2군으로 떨어지자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 프로야구로 돌아왔다. 친정팀 한화와 KIA가 영입경쟁을 하면서 이범호의 복귀 때 몸값은 계약금 8억원, 연봉 4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대호의 동갑내기 라이벌 김태균, ‘국민타자’ 이승엽 역시 순조롭게 한국 복귀 절차를 밟고 있다. 한화는 김태균에게 내년 연봉 10억원 이상을 주겠다고 공언했고, 이승엽 역시 이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김성근 전 SK 감독은 “일본 진출 후 ‘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면 되지’ 하는 마음을 먹으면 안 된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선수들의 근성이 아쉽다”고 일침을 놓은바 있다. 일본 진출 선수들이 너무 쉽게 국내로 복귀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