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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번 손님~ 닭강정 한 마리 찾아가세요~”
사장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한 남성이 방긋 웃으며 계산대로 나왔다. 그는 작은 나무토막을 건네고 물건을 받아간다. 기다리던 손님들은 “우리건 언제 나오지”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이곳은 방학동 도깨비 시장 안에 있는 깨비강정 앞 풍경이다. 3평 남짓한 가게는 테이블 하나 없이 덩그러니 있는 노점상에 가깝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대기표를 나눠줄 정도로 소문난 집이다.
몰려드는 손님들 덕에 깨비강정 김지영(38) 사장도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손님들이 20~30분은 기다릴 각오로 온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면서까지 깨비강정을 찾는 이유는 뭘까. 김 사장은 그 이유를 “원재료인 닭을 큼지막하게 썰어놓는데 있다”고 털어놨다. 닭을 크게 잘라서 사용한다는 뜻이다.
보통 닭 강정들은 살코기가 적고, 겉에 튀김옷을 두껍게 입힌다. 하지만 깨비강정은 정 반대다. 닭을 두껍게 썰고 튀김은 최대한 얇게 묻히는 것이다.
“닭 강정에서 메인은 닭이지 튀김이 아니지 않냐”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닭강정은 손님들의 입맛도 사로잡았다.
“저도 장사하기 전에 닭강정을 좋아해서 간식으로 자주 사먹었어요. 막상 먹다 보면 닭보다 튀김을 먹는 느낌이었죠. 튀김이 두껍다 보니 금세 딱딱해져서 입천장도 아프고요…”
닭강정 매니아였던 김 사장은 새로운 닭강정을 만들면 대박이 날 것 같다는 확신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게 문을 연지 6개월 만에 ‘도깨비시장’을 대표하는 대박집이 된 것이다.
하루에만 100kg의 닭이 사용된다. 닭 한마리가 600~700g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약 150여 마리가 쓰일 정도다. 특히 다리와 같은 부분육을 사용해 씹는 느낌이 더욱 부드럽다는 것이 깨비강정의 특징이다.
깨비강정 손님들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대게 닭강정은 딱딱해서 노인들이 먹기 쉽지 않다. 김 사장은 “속살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바삭해 어르신들도 먹기 쉽다”고 설명했다. 바로 대박집 두 번째 비결이 이 튀김에 있다. 바삭한데 딱딱하지는 않는 이유는 닭을 바로 튀겨내기 때문이다. -
깨비강정을 만드는 데는 세 가지 공정과정이 있다. 묻히고, 튀기고, 다시 묻히는 과정이다. 우선 김 사장의 어머니가 닭에 양념 옷을 묻힌다. 김 사장 남편은 뻘뻘 끊는 120도의 기름에 닭을 골고루 익힌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이 튀김을 양념에 묻혀내는 방식이다.
“손님들이 워낙 많다보니 쉴 틈도 없다”고 김 사장은 웃어보였다. 계속해서 음식을 만들다보니 손님들은 ‘방금 튀겨서 양념을 묻힌 닭강정’을 받게 된다.
“튀겨낸 음식이 공기를 많이 접촉하면 딱딱해져요. 하지만 저희는 회전율이 빨라서 바로 튀긴 닭을 판매하다 보니 딱딱해질 염려가 없어요.”
그렇다 보니 재고도 없다. 하루 판매할 양을 다 튀기고 나면 그날 장사는 끝이 난다.
김 사장이 도깨비시장에서 닭강정 집을 시작한 것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장사 초보’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꼼꼼하게 시장조사를 했어요.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닭강정 집은 다 돌아다녀 봤거든요.”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 닭강정 집은 속초 중앙시장에 있는 ‘만석닭강정’과 인천 신포시장에 ‘신포닭강정’이다. 이들 가게는 동네 사람들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외지사람들이 더 많다.
김 사장은 “시장조사를 하면서 발견한 것 있다”고 말했다.
바로 유명한 닭강정 집의 공통점은 시장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시장 안에 있는 닭강정 집들이 대박집이 났잖아요. 저희도 그래서 도깨비시장에 들어온 거예요. 우리집도 더 소문이 나서 ‘시장 3대 닭강정’ 집이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