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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시장이 ‘빨간 국물’에서 ‘하얀 국물’ 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라면가격의 상형 평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600~700원대였던 라면값이 1000원을 웃돌게 된 것이다.
지난 10일 오뚜기가 닭고기 수프를 무기로 출시한 ‘기스면’은 1000원짜리다.
개당 650원하는 라면시장 1위 제품 농심의 신라면(730원)보다 270원(36.9%)이나 비싼 가격이다.
또 안성탕면(650원)과 비교하면 가격 편차가 무려 58%에 달한다.
1000원짜리 고가 라면은 ‘기스면’이 처음이 아니다. 삼양식품도 지난 7월 삼양라면(700원)보다 42.8% 비싼 1000원짜리 나가사끼 짬뽕을 내놓았다. 한국야쿠르트도 지난 8월 꼬꼬면을 판매하면서 일반 라면보다 300원가량 비싼 1000원짜리 가격표를 붙였다.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이 최근 나란히 출시한 컵 모양의 나가사끼 짬뽕과 꼬꼬면 왕컵도 가격이 각 1300원이다. 모두 하얀국물에 기반을 둔 라면 제품들이다.
라면 후발업체 3사가 이처럼 라면값을 네자리수로 올리는 배짱을 튕기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날개 돋힌 듯이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올 상반기 70.1% 였던 농심의 점유율은 3분기 들어 66.93%로 3.17%p 내려갔다.
반면 한국야쿠르트는 올 상반기만 해도 점유율이 7.9%에 불과했지만 꼬꼬면을 선보인 3분기에는 10.83%로 2.93%p 올라갔다. 견고했던 라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생긴 것이다.
한 대형마트의 라면 제품별 판매 자료에서도 지난 7월까지 '빅3'는 신라면(52%)·올리브짜파게티(27%)·얼큰한너구리(21%) 등 농심 제품이 독차지했는데, 이달 들어선 신라면(40%)·꼬꼬면(32%)·나가사끼 짬뽕(28%)으로 자리가 뒤바뀜 했다. 즉 후발업체들의 전술이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후발 라면업체들이 백색국물 인기에 편승해 라면값을 튕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라면 대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MB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맞서 가격을 변칙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유와 라면 등은 올해 초 이명박 정부가 민생 물가안정을 위해 특별 지정한 52개 가격관리 목록에 포함된 품목들이다. 이 때문에 라면업계는 곡물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계획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밀려 2년째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까지 영업이익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상설이 끊이질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작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신라면 블랙의 경우처럼 소비자의 가격 저항에 부딪쳐 낭패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보고 있다.
실제 농심은 지난 4월 일반라면보다 배 이상 비싼 1600원짜리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가격저항에 부딪쳐 시판 4개월 만에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신라면(730원)이나 안성탕면(650원)으로 대표되는 라면의 몸값은 600~800원대라는 인식이 강한 상황에서 신라면 블랙이 심리적 저항선(1000원)에 무너졌다는 얘기다.
이후 농심은 겨울철 라면 성수기를 겨냥해 지난달 '쌀국수 짬뽕'을 내놨다. 쌀 면에 액상스프를 쓴 고급 제품으로 기존 라면과 제품특성이 아예 다르지만 업계 최고가인 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