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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전화사기) 피해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카드론을 악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카드론 피싱 피해자모임' 회원 40여 명은 15일 금융감독원을 항의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신종 사기수법인 카드론 피싱은 기존의 보이스피싱과 수법이 다르다. 고전적인 보이스피싱이 그냥 돈을 빼내갔다면 이번에는 돈이 들어왔다가 다시 훔쳐가는 2원적인 구조로 이루어진다.
우선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서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수사 중이니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 유효성코드(CVC) 번호 등 금융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혹은 가짜 경찰처 사이트 등을 알려주며 금융정보를 입력하라고 시킨다. 만약 금융정보를 건네주면 다시 전화가 와서 “당신의 통장에 범죄자금이 입금되었으니 공범으로 몰리지 않으려면 돈을 보내라”고 요구한다.
그러면 보통 사람들은 통장에 자신도 모르는 돈이 들어와 있으니 의심 없이 상대에게 이체해 준다. 그러나 사실 그 돈은 앞에 알려준 금융정보를 통해 카드론으로 받은 돈이다. 자신의 신용으로 받은 카드론이 경찰 등을 사칭한 범죄자의 계좌로 넘어간 것이다.
카드론 피싱 피해자 소송 모임(http://cafe.naver.com/pax1004)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1인당 피해액은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 1억원까지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있다. 인터넷뱅킹에 익숙한 20∼40대 주부, 대학생·대학원생, 회사원과 대학교수등 전문직도 상당수 피해대상에 포함돼 있다.
더 큰 문제는 2차 피해다. 대학원생의 경우 이 사건 이후 학업을 전폐하고 공황상태에 빠졌다. 임신한 주부 중에는 사기의 충격으로 유산한 사례도 있다. 70대 고령 피해자는 쓰러진 뒤 말을 잃었고 이혼당한 사례도 있다고 카페 측은 밝혔다.
카드론 피싱 피해자들이 지적하는 카드사의 허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본인확인절차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물며 대부업체도 대출을 신청하면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식으로 본인확인절차를 거치는데 카드사는 이런 과정도 거치지 않고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둘째는 카드론 한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1500만원 피싱 사기를 당한 한 대학원생은 수입이 한푼도 없는데도 지난 5월 800만원이던 카드론 한도가 7월에는 15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마지막은 카드가입 시 카드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카드론 피해자 중에서는 자신의 카드가 카드론이 되는 카드인지조차 모르다가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 카드론 피싱 피해자들은 “카드론은 이자율 및 연체이자율이 상당히 높은 대출임에도 회원에게 어떠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약정서 등 문서화된 대출서류를 작성하거나 회원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대출해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일차적으로 고객들이 개인정보 관리를 소홀한 것"이라며 "절차나 약관상 유효한 계약이라 카드사가 손실을 보전해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카드사들은 반발하는 피해자들을 달래기 위해 대출금의 10∼30%를 감면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카드사 측의 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이 50%는 된다”며 국민카드와 신한카드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조정심판을 신청했다. 또한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단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