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 측정만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됐다.
특히 이 기술은 재미 한국인 과학자가 연구 개발을 주도하며 실용화 단계로의 전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기술의 핵심 센서를 개발한 임성현 박사(38)는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진행한 임상실험을 통해 폐암 여부를 83%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이는 CT촬영(80%) 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단 5분의 호흡 테스트를 통해 그동안 조직검사로만 식별 가능했던 특정 폐암의 종류와 진행 정도까지 예측해낼 수 있다"면서 "폐암 초기 단계도 진단이 가능해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일리노이대학 대학원을 거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이 연구의 최초 개발자인 은사 케니스 서슬릭 박사, 물리의학자 폴 로즈 박사, 그리고 세계 최초로 '바코드 리더'를 개발한 레이 마티노 등 3명의 중견 과학자들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첨단의료기업 '메타볼로믹스(Metabolomx)'를 공동 설립하고 이 기술을 이용한 호흡 분석기를 개발, 실용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임 박사는 "암세포의 대사 물질은 혈액에 녹았다가 날숨에 포함되어 나올 수 있다"면서 "물질의 성질에 따라 색이 변하는 센서를 이용한다"고 기술 원리를 설명했다.
그는 "폐암은 말기까지 자가 증상이 없어 사망률이 매우 높은데도 조직검사 이외에 정확한 진단법이 없고 방사선 노출을 감수해야 하는 CT촬영조차 오진이 많다"면서 "호흡측정법은 훨씬 더 간단하고 안전한 진단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임 박사는 일리노이대학 서슬릭 박사팀이 추진하던 호흡 측정 센서 개발 연구에 나노 기술을 접합시켜 호흡 측정 감도를 1천배 이상 향상시키고 이 연구의 응용 분야를 결장암, 결핵 진단 등으로까지 확대했다.
임 박사가 이 연구의 초기 결과를 보고한 논문은 2009년 전문잡지 '네이처 케미스트리'에 게재됐고 미 보건환경연구원의 '올해의 논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메타볼로믹스의 이번 임상실험 결과는 최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행하는 '테크놀러지 리뷰(TR)' 등에 소개된 후 미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TR는 "호흡측정기가 음주 단속보다 더 유용한 곳에 쓰이게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메타볼로믹스는 더욱 향상된 장비를 사용, 현재 클리블랜드 병원에서 2차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며 동시에 이 기술을 결장암과 결핵 진단에 응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임 박사는 "폐암 진단 1차 임상실험에서는 24개의 센서가 사용됐고 2차 실험에서는 130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곧 미국 내 5대 병원 3곳으로 임상실험을 확대하고 올 가을 결과를 취합할 계획"이라며 "2차 임상실험에서는 정확도가 미 식품의약국(FDA) 상용화 승인에 필요한 90%까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