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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나 좋구나~ 시장에 오니 어깨춤이 절로 나네~”
충남 홍성군. 홍성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시장엔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잔칫날 빠질 수 없는 장구와 꽹과리 부대가 나와 흥을 돋우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들의 부채춤 공연이 이어진다. 일명 ‘난장축제’로 불리는 행사다.
풍물과 부채춤 패거리는 상인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장을 보러온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난장축제를 총괄하는 문화연구소 ‘길’의 최철 소장은 “시장 상인들과 주민들이 서로 허물없이 가깝게 다가가도록 하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길’은 문화관광체육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 6월 홍성장에 들어왔다. 시장에 어울리는 문화꺼리를 만들어 실행하는 임무를 맡았다.
난장축제는 홍성장의 특성을 살려 만들었다. 최 소장은 “5일에 한 번씩 장이 열릴 때 마다 몇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에게 옛날 장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놀이판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흥겨운 놀이판을 위해 상인들도 꾸준히 연습을 한다.
“한주도 쉴 수 없어요. 부채춤은 여러 사람의 손발이 맞아야 되거든요. 특히 부채를 원형모양을 만들 때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있어서는 안돼요.”
부채춤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 중인 이숙자(55) 씨는 “매주 모여서 춤사위를 배우고 동작을 맞춰본다”고 말했다.
시장의 50~60대 부녀회원으로 이뤄진 부채춤 동아리는 홍성장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20여명의 회원들이 하늘색 저고리에 빨강 치마를 차려입고 무대 위에 나타나면 여기저기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고 한다.
난장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풍물패 동아리 서대권(60) 회장은 “40여명의 회원들이 장구와 북, 징, 꽹과리를 연주하면서 장단을 만들어낸다”며 “장터를 찾아온 손님들을 환영해주기 위해 춤을 추면서 가락을 뽑아내면 축제 분위기가 금세 달아오른다”고 전했다.
풍물패는 인기도 좋다. 처음에는 20여명으로 시작한 회원 수가 지금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서 회장은 “손님들이 ‘다음 장에는 뭘 할꺼냐, 언제 또 축제가 열리나?’ 라고 물어오기도 하고, 공연할 때 보태서 쓰라고 후원금을 주고 가는 손님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리 회원들은 하나같이 “예전에는 손님들이 장을 보려고 시장에 왔다면 지금은 장도보고 놀기 위해 온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 5일장이 풍물패의 흥과 부채춤으로 화려하게 살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