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곰이 동면에 들어가면 다친 상처가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감염도 없이 깨끗이 낫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가 20일 보도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와 와이오밍주의 과학자들은 지난 25년간 흑곰 1천마리의 건강과 행동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런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고 통합동물학(Integrative Zo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체온과 맥박, 대사율이 모두 크게 줄어드는 동면 중 곰의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밝혀내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곰의 몸에 부착한 추적장치를 통해 이들의 놀라운 상처 치유 능력을 주목해 왔다.

    이들의 관찰에 따르면 일부 곰들은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총이나 화살에 맞은 상처, 또는 다른 곰이나 포식동물에 물린 상처를 갖고 있었다.

    이런 상처들은 초겨울엔 종종 감염되거나 곪은 상태였지만 연구진이 몇 달 뒤에 굴을 다시 찾아가 본 결과 대부분의 상처가 소독이나 봉합, 항생체 투여 여부에 관계 없이 완전히 아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곰의 치유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추적장치를 부착한 곰 14마리의 피부에 난 작은 열상을 관찰했다.

    그러자 곰이 굴에 들어앉기 시작한 11월부터 동면에서 깨기 한 달 전인 3월 사이에 이들의 상처는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깨끗이 나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 뿐만 아니라 감염의 흔적도 없었고 손상된 피부는 다시 자랐으며 많은 경우 상처 부위에 새로 형성된 모낭에서 털까지 새로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사가 급격히 떨어지는 동면 중에 곰의 상처가 완치되는 것도 놀랍지만 흑곰은 6개월간 굴 속에서 꼼짝않고 지내는데도 근육량이나 골량이 별로 줄어들지 않는 등 동면에 적응하는 다른 능력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동면 중 흑곰의 심부 체온은 7℃까지 내려가며 심박수도 크게 떨어진다면서 사람의 경우 체온이 내려가면 혈액 순환에 장애를 일으켜 상처 치유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들은 곰의 상처 치유 메커니즘은 영양부족이나 저체온, 당뇨, 노령 등으로 피부 상처가 느리게 아무는 사람 환자들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