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특성에도 불구, 대량생산 어려움 많아 유독물질 사용, 생산비용, 품질 저하 등 문제 간단한 친환경 제조공정, 탁월한 특성 재현
  • ▲ EFG법을 이용한 그래핀 형성 메커니즘 모식도. 볼밀(분쇄) 과정에서 분쇄된 흑연이 주변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기능화된 그래핀이 형성되고 있다.ⓒ
    ▲ EFG법을 이용한 그래핀 형성 메커니즘 모식도. 볼밀(분쇄) 과정에서 분쇄된 흑연이 주변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기능화된 그래핀이 형성되고 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신기술이 국내 연구진의 주도로 개발됐다.

    그래핀(Graphene)은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물질로, 육각형 형태의 벌집 모형의 결정 구조를 이룬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는 등 우수한 물리적, 전기적 특성을 가져 디스플레이, 에너지, 환경, 반소체 소자 등에서 주목받는 꿈의 신소재다.

    그러나 그래핀 생산을 위해선 유독물질(강산, 강한 부식성 산화제 등)을 이용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단점이 있었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그래핀 특유의 우수한 전기적, 구조적 특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어 그래핀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울산과기대 백종범 교수(46세)가 주도하고 전인엽 박사과정생(제1저자), 장동욱 박사, 리밍 다이 교수(美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저렴하게 그래핀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EFG(edge-functionalized graphite)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그래핀 대량생산을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19세기 처음 나온 산화흑연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흑연을 강산과 산화제로 처리해 산화흑연을 만든 뒤 초음파분쇄 과정을 거쳐 산화 그래핀을 얻고, 이를 다시 환원시켜 최종적으로 그래핀을 얻는 것이다.

    그러나 흑연을 산화시키기 위해서는 강산과 산화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하고, 흑연 산화와 초음파 분쇄과정을 거쳐 생성된 그래핀은 완벽한 결정구조에서 나타나는 우수한 전기적·구조적 특성을 잃어버린다.

    이 특성을 복원키 위해서는 산화 그래핀을 환원시키는 추가 공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시 발암물질이 포함된 유독한 환원제를 써야만 했다.

    이렇게 환원과정을 거친 후에도 총 그래핀의 30%는 산화된 채로 남아 그래핀 본래의 탁월한 전기적, 구조적 특성을 완벽히 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 ▲ 전인엽 박사과정생(앞줄 왼쪽 첫 번째), 백종범 교수(앞줄 가운데) 장동욱 박사(뒷 줄 왼편 두 번째)를 포함한 UNIST 연구팀.ⓒ
    ▲ 전인엽 박사과정생(앞줄 왼쪽 첫 번째), 백종범 교수(앞줄 가운데) 장동욱 박사(뒷 줄 왼편 두 번째)를 포함한 UNIST 연구팀.ⓒ

    백 교수팀은 흑연을 드라이아이스(고체상태의 이산화탄소)와 함께 ‘볼밀 용기(ball mill, 대표적 분쇄기)’에 넣고 고속으로 분쇄할 때, 분쇄된 흑연이 주위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가장자리가 카르복실산으로 기능화된 흑연(EFG, edge-functionalized graphite)이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이어서 연구팀은 합성된 EFG를 물과 같은 친환경용매에 분산, 그래핀을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백 교수팀이 발견한 EFG 신기술은 제조과정이 매우 간단하고, 유독물질을 전혀 사용치 않아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저렴한 생산비용은 물론 그래핀 본래의 특성을 그래로 재현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나아가 이 기술을 이용하면 흑은을 분쇄할 때 이산화탄소 대신 다른 물질을 이용해 그래핀 가장자리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기능성 그래핀을 생산해낼 수 있다.

    백종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간단한 장비인 볼밀을 이용해 화학적 용매나 유독물질을 포함하지 않는 환경친화적 공법으로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150년 역사의 산화·환원법을 통해 그래핀을 생산하는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일반연구자지원사업(기본연구), 미공군협력사업 및 WCU육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았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3월 27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