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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으로 시장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시설 현대화만으로는 ‘시장 살리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간 중소기업청과 각 지방자치단체들 은 시설 현대화에 재원을 집중해왔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문전성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장에 문화 콘텐츠들을 불어 넣는데 노력해왔다. 덕분에 전통시장의 환경은 많이 보완됐지만 아직 결제수단, 고객 관리, 마케팅 등 경영 현대화는 걸음마 단계이다.
비가 새지 않게 천정을 덮고,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해서 마트에 갈 손님들이 시장으로 우르르 발길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시장에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다. 신용카드 결제와 고객 데이터 베이스 관리 등이 가능하다면 대형마트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이 전통시장에 지원하는 금액은 모두 2,093억원. 시설현대화 사업에 1,605억원을 투자한다. 대부분의 비용이 시설 사업인 하드웨어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 477억원은 마케팅과 상인교육 등 시장 경영혁신 비용이다.
전국 1,517개 시장 중 시설 현대화 사업이 진행된 곳은 현재까지 모두 1,007곳. 그 중 약 70%에 해당하는 시장이 시설 작업을 마무리했다. 시설 현대화 사업 다음 단계가 필요한 셈이다.
시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 중의 하나가 신용카드 활성화다. 일상생활에선 신용카드사용이 보편화 됐지만 시장에선 아직도 현금거래가 우선시 된다. 카드사에 주는 수수료가 아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매출이 드러나는 걸 꺼려하는 오랜 관습 탓이다.
중기청에 따르면 전국 시장에 카드 단말기 보급률은 약 50% 정도. 단말기가 있어도 카드를 거부하는 상인들이 있어 실제 사용률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대형시장 중심으로 상인들의 의식이 서서이 변화하고 있다. 카드를 받지 않으면 결국 대형마트에 손님들을 다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주목한 BC카드가 최근 전통시장 정보화 사업에 발벗고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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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KT 계열사로 편입된 BC카드는 KT의 IT인프라, 자사의 지불결제기술을 더해 ‘모바일 카드결제기’를 전통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기존의 카드 결제기와 달리 관리가 편하고 유지비가 저렴하며 고객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획기적으로 상인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이 시범 사업장이다. 점포수가 821개로 규모가 제법 크고 주위에 중소자영업자들이 함께 상권을 형성한 곳이다.
BC카드 전통시장 카드결제 프로세스혁신 TFT팀 김진호 팀장은 “시장에는 카드 단말기 자체가 없는 곳이 많다.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폰 자체에 결제 단말기를 붙이면 바로 카드 결제가 가능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케이스를 씌우는 것처럼 결제 단말기를 고정시키면 된다. 올레마켓에서 모바일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기본설정을 끝낸다.
상인이 결제를 원하면 이 앱을 실행시켜 물건 금액을 입력시키고, 뒷면에 카드를 접촉하면 된다. 결제 창에 고객이 서명을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고객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면 ‘결제완료’ 문자가 전송된다. KT의 문자 메시지 서비스가 적용돼 무료다. 기기에는 블루투스(무선전송기술)가 부착돼 있어 5m 거리 이내에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모바일 단말기의 강력한 장점은 마케팅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결제를 하는 즉시 손님이 고객으로 등록되고 예컨대 ‘OOO손님이 이 상점에서 5번째 구매하셨습니다’는 문자가 뜨기도 한다. 10번 구매한 손님에게 사은품을 준다든지 할인을 해주는 마케팅이 가능하다.
점포의 매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클릭 한번이면 하루 동안 판매한 감자와 당근의 개수도 체크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PC 등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휴대폰 등 본인의 모바일 기기에 결제 단말기만 부착하면 되니 기존의 일반 카드 결제기에 비해 손쉽게 보급이 가능하다. 노점상들도 이 스마트 결제 단말기만 달면 카드 결제와 현금 영수증, 전자 온누리 상품권 사용 등이 한 방에 해결되는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폰 등 기기의 구입이다. BC카드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상인들 중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비율은 약 50%다. 이들은 BC카드에서 나눠주는 결제 단말기만 씌우면 바로 카드 결제가 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가 없는 상인들을 위해 BC카드와 KT는 특정 요금제를 가입하면 기기와 결제단말기를 공짜로 나눠줄 계획이다.
김 팀장은 “수익률 제로(0)를 목표로 한다. KT와 BC카드는 전통시장의 근본적인 과제인 카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이 사업을 공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과 카드사들도 전통시장 카드 활성화에 관심을 갖지만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청주 육거리 시장에는 오는 6월까지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BC카드사는 약 3개월간 상인과 손님들의 카드 결제 현황을 테스트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통시장의 연간 카드매출액은 341억. BC카드는 전통시장 매출을 400여억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김 팀장은 “육거리시장에서 카드단말기가 성공적으로 안착되면 전국적으로 확대해 대도시인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부터 지방소도시까지 카드 단말기 망을 정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중기청 시장상권과 신성식 사무관은 “전통시장의 문제점은 소비자들이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데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BC카드가 이런 문제를 불식시킨다면 전통시장 고객확보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C카드가 개발한 스마트폰 카드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도 “카드사와 상인들 사이에서 카드 시스템을 중개하는 밴(VAN)사를 건너뛸 수 있어 승인이나 중계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상인들에게 그만큼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중기청은 청주 육거리 시장에서 ‘스마트폰 카드 결제’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카드 회사 측에 적당한 시장을 추천하고 상인들을 독려해 나갈 계획이다.